국회 내 인공지능(AI) 기본법상 규제를 유예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됐다.
글로벌 경쟁 상황과 산업 진흥을 고려, 기본법 내 규제는 당분간 유예하자는 입장으로 기본권 보장과 안전 측면에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반론과 충돌이 예상된다.
17일 AI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국내 플랫폼 기업·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AI기본법 규제 적용 유예를 골자로 하는 AI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AI기본법상 고영향 AI·생성형 AI 서비스 책무와 AI 안전성 확보 의무, 사실조사 등 규제 시행을 3년 정도 늦추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규제 유예 준비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AI 규제 합리화' 기조를 공식화한 데다 이 후보가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AI 싱크탱크 'AI강국위원회' 회의를 비롯해 외부 기업과 학계가 3~5년간 규제 유예를 요청해온 만큼 현실화에 기대가 큰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고영향 AI 분류 등에 따른 책무로 오픈AI·딥시크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중국 AI 기업과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AI기본법 규제 자체가 당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이 아닌 기본권과 생명·신체 안전을 보장하는 중장기 관점에서 설정, 당장 유예돼도 혼란이 없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 첫 공식일정으로 찾은 퓨리오사AI에서 100조원 규모 투자 약속과 동시에 규제 합리화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규제 유예를 점치고 있다.
그러나 AI기본법 규제 유예 관련 과방위 의원들 간에 이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내부 회의에서 규제 유예에 대한 한두 차례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 유예 반대 측은 산업 진흥을 고려해 생명·신체 등 보호와 안전, 기본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만 AI기본법에 포함했기에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 진흥도 좋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과기정통부가 지난 11일부터 규제 가능성을 최소화한 AI기본법 시행령 초안에 대한 업계·학계 의견수렴을 진행 중인 데다, 당초 진흥 중심 법제를 운영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규제 유예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지 4월 16일자 9면 참조>
과방위 관계자는 “법안 통과 당위성과 시급함을 고려, 여·야 한뜻으로 제정한 법률을 명확한 근거 없이 유예하는 것은 국회 스스로 AI기본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규제 유예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면 처리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