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병가를 내는 직원이 늘자 사립 탐정까지 고용하는 기업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DW에 따르면 연방통계청은 지난 2023년 한 해 동안 독일 근로자의 평균 병가일수는 15.1일이다. 2021년(평균 병가일수 11.1일)과 비교하면 노동자들이 약 나흘씩 더 쉬는 셈이다.
무급 병가가 기본 원칙인 많은 나라와 달리 독일은 법적으로 최대 6주간 소득 100%를 보장하는 유급 병가를 보장한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의료기관에 전화로 병가 사유서를 간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러나 간소화된 절차로 가짜 병가를 내는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독일 기업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독일에서는 '사립 탐정'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AFP 통신은 일례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사립 탐정 사무소 렌츠를 운영하는 마커츠 렌츠의 사례를 소개했다.
렌츠는 “회사에 매년 약 1200건을 의뢰가 들어온다. 이는 몇 년 전보다 두배 늘어난 수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회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누군가가 1년에 30, 40, 때로는 100일의 병가를 낸다면 어느 순간 고용주에게 경제적인 영향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렌츠는 비용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례로 한 이탈리아의 버스 운전수가 병가 중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발견돼 해고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운전수는 불안 장애가 있어 노래를 불렀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탐정을 고용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독일 내 '가짜 병가' 잡기에 여러 방법을 쓰고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독일 그린하이데 공장에서 결근율이 높아지자 관리자들을 병가를 낸 직원들 자택으로 보내 직접 확인하게 했다.
길어진 병가일수는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미쳤다. 병가가 2년만에 나흘 늘어나자 2023년 독일 GDP는 0.8%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알리안츠 보험 그룹의 올리버 베테 최고경영자(CEO)는 “병가에 있어서 독일은 세계 챔피언”이라고 조롱하면서 “첫날 병가 수당을 폐지하는 것 만으로도 연간 400억 유로(약 60조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병가를 악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견에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노동자 평균 나이가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확산을 경계해 병가를 내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노동조합과 연계된 한스 뵈클러 재단 산하 WSI 연구소는 “이런 비난은 위험한 지름길”이라며 경미한 질병의 경우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등 부분 병가 모델을 통해 사회적 비용 감소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