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전자, 보수적 미국서 '현지화 전략'으로 고객 사로잡아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포트 아파치 거리에 있는 최대 가전 유통업체 로우즈 매장 '가전제품(APPLIANCES)' 팻말 아래 LG전자 세탁기와 냉장고가 중앙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로우즈는 미국에서 약 17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기업으로, 홈디포와 함께 현지 고객들이 가전 제품을 사는 주요 통로로 꼽힌다.

매장을 둘러보니 '거거익선'의 고객 수요 속, 고객의 구체적인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LG전자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구축하기 위해 고객 경험을 축적하고 수요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로우즈 매장에서 만난 김성택 LG전자 미국법인 생활가전 영업실 실장은 가장 먼저 부품 성능을 높인 '고효율 가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탁기는 'AI DD모터', 냉장고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적용했다.

김 실장은 “미국은 굉장히 보수적인 소비자”라며 “제품의 내구성과 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중국이 미국 시장에 가격 경쟁력, 물량 공세만으로는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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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택 LG전자 미국법인 생활가전 영업실 실장이 LG전자 인스타뷰 냉장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신영 기자)

미국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직렬로 연결시킨 워시타워, 올인원 세탁건조기 워시콤보 뿐만 아니라 원조 세탁기로 일컬어지는 '통돌이 세탁기'에도 현지 특성이 녹아있다.

통돌이 세탁기를 열자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봉'이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현지에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을 효율적이고 깨끗하게 세탁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아 세탁통 안에 긴 세로봉이 달려있는 통돌이 세탁기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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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우스 라스베이거스 지점에서 매장 직원이 현지 고객에게 타워형 세탁건조기 'LG 워시타워'를 설명하고 있다.

냉장고 영역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냉장고 매대 가장 앞에는 '인스타뷰 냉장고'가 있다. 냉장고를 열지 않아도 내부를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LG전자는 미국이 얼음을 많이 먹는다는 점에서 착안에 얼음 보관통을 냉장고 안이 아닌 '문'에 달았다.

집은 작아지면서도 대용량 수요는 여전한 미국 시장 상황도 반영했다. 김 실장은 “대용량 제품을 파는 코스트코 유통업체가 발달한 미국은 매장과 주거단지가 보통 멀어 한번에 많은 제품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어, 용량이 큰 냉장고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용량은 유지하면서도 깊이는 줄인 610mm '카운터 뎁스' 냉장고가 핵심 제품이다. 냉장고 깊이가 줄어 문을 최대한도로 열어도 벽에 닿지 않아 다른 가전·가구 손상 위험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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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카운터 뎁스 냉장고. 냉장고 깊이가 줄어 문을 최대한도로 열어도 벽에 닿지 않는다. (사진=김신영 기자)

LG전자 인덕션 안 법랑의 도료는 파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파란색 도료에는 LG전자만의 '이지클린 기술'이 적용돼 기름, 음식 부스러기 등을 태워버리는 역할을 한다. 김 실장은 “인덕션 시장은 5년 내 3~4배 가량 커져 미국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가전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미국은 집에 있는 가전에 따라 집의 가치가 결정된다”며 “집을 팔 때 좋은 가전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로 각인한 뒤 중저가 모델로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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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이 인덕션 속 파란색 법랑 도료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신영 기자)

라스베이거스=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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