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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14형 마이크로 LED TV. 이 제품의 가격은 약 1억8000만원이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1대 가격 1억8000만원에 달해
3년 이내 생산단가 10분의 1로
中·대만 경쟁서 우위 확보나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 받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의 최대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고가의 부품이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LED 수십만개를 정밀하게 붙여야 해 생산단가가 천정부지로 오른다. 최근 국내 출시된 114인치 마이크로 LED TV 가격은 고급 승용차 1대 값을 훌쩍 뛰어넘는 1억8000만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 TV 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향후 2~3년 내에 생산단가를 현재의 10분의 1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TV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마이크로 LED TV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파격적인 생산원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협력사들과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광원 △백플레인 △전사 △ 접착 소재 등 마이크로 LED TV 제조에 있어 꼭 필요한 각 기술 분야 핵심 협력사 30여곳을 선별 초청해 워크숍을 갖고 생산단가를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계획을 나눴다. 사내 태스크포스(TF)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마이크로 LED TV로 협력사들과 워크숍을 가진 건 처음”이라면서 “마이크로 LED 육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가 보였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LED는 1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의 초소형 LED 소자를 뜻한다. 칩이 워낙 작아 적(R)·녹(G)·청(B) 화소(픽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구현한 제품이 마이크로 LED TV다.

마이크로 LED는 색구현, 명암비, 응답속도 등에서 앞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초소형 칩을 다루다보니 공정이 복잡하고 기술 난도도 높아 제조원가가 비싼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일찌감치 마이크로LED TV를 내놓으면서 차세대 TV 시장 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고가의 가격 때문에 연간 판매량이 100대 안팎에 그칠 정도로 수요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시장 개척이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과의 경쟁은 치열해져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삼성이 제조 혁신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TV 업체들은 액정표시장치(LCD)를 앞세워 삼성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TV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게다가 TCL이 올 초 163인치 마이크로LED TV를 출시하는 등 차세대 TV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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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CES에 참가한 TCL 부스 전경


우리나라 마이크로 LED 산업 생태계는 중국과 대만에 뒤진다는 평가다. 중국발 LED 치킨게임에 국내 산업이 무너진 결과다. 우리 정부는 취약한 마이크로 LED 문제를 인식해 8년간 4840억원을 마이크로LED 기술 개발 및 생태계 구축에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공급망 강화와 함께 시너지가 가능할 지 관심이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