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파두 등 상장 후 성장 멈춘 곳 많아…투자 호황기 편승·평가기준 불명확 지적
고물가 경기침체·출혈경쟁 등 약점 노출,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 필요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해 유니콘 기업 등극 이력이 있거나 현재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는 기업 수는 총 35개다. 쿠팡, 우아한형제들, 하이브, 에이프로젠 등 8개 기업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으로 유니콘 기업에서 졸업했다. 현재는 야놀자, 컬리, 무신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23개 기업이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일찌감치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BM)으로 시장을 선도했다고 평가받는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우아한형제들, 로켓배송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을 평정하고 뉴욕증권거래소에 입성한 쿠팡, K콘텐츠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하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하이브 시가총액은 8조3200억원에 달하고, 또 다른 졸업 유니콘인 크래프톤 시총은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유니콘 기업을 거쳐 상장한 기업들은 초기 스타트업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 명단에 속한 우리 기업이 현재는 토스 한 곳이지만, 이를 5개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팁스, 2조원 규모 스타트업코리아 펀드 조성, 글로벌 혁신특구 등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이밖에 유망 창업기업을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인 예비유니콘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아기유니콘200 육성사업,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 기업에 최대 200억원까지 특별보증을 지원하는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등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반대로 상장 후 기업가치가 1조원 이하로 떨어진 기업도 있다. 쏘카는 상장 이전 기업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상장 1년 3개월여가 지난 현재 시총은 약 5200억원에 머물러있다. 역시 졸업유니콘인 잇츠한불과 에이프로젝은 약 2700억원, 더블유게임스는 약 8200억원 등 1조원 미만의 시총을 기록하고 있다.
유니콘 졸업기업마다 시총이 엇갈리는 것은 유니콘 기업을 평가하는 명확한 기업가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인정받았다고 밝힌 금액이 통상 유니콘 기업 기준이 되고 있다.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파두는 올해 초 상장 준비 과정에서 120억원을 투자유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조800억원으로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그러나 상장 직전에는 초기 투자자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기업가치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해 해외에서는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920억원) 이상이어야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120억원 투자로 반도체 유니콘에 등극하는 우리 현실과 차이가 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이전까지 벤처투자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기업가치가 올라간 경향도 있다. 2021년과 지난해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이 7개사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은 이 영향이 크다.
현재 유니콘 기업은 상장에 번번이 쓴 맛을 보고 있다. '샛별배송'으로 잘 알려진 컬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을 추진하다 올해 초 철회하고,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아스펙스캐피탈 등 기존 투자자들로부터 1200억원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2조9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장외 주식시장에서 컬리 시총은 1조원 이하로 평가된다.
이커머스 기업 오아시스 역시 연초 상장을 추진했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1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을 철회했다.
현재는 애그테크 기업 트릿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코리아, 모바일게임 기업 시프트업 등이 상장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23개 기업 중 13개 기업이 최근(비상장사 작년 기준·상장사 올해 누적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파두는 지난 2·3분기 매출이 각각 5800만원, 2억원에 불과해 논란이 일었다. 상장 과정에서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재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시장 잠재력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 특성상 당장 유의미한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어렵거나 일정기간 손실을 감내하면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 유니콘 기업은 절반 이상이 플랫폼, 전자상거래 등이 주력 사업이어서 고물가 등 경기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야놀자, 직방,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등 플랫폼 기업은 경기 부진, 경쟁 심화 등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구조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지난해 7월 삼성SDS의 홈IoT 사업부를 인수했지만 구체적인 시너지 효과는 아직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건축 인테리어 플랫폼 버킷플레이스도 2021년 말 싱가포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며 현지에 진출했지만 싱가포르 법인은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이다.
외형 성장 차원에서 국가 주도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우리 스타트업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방안으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 창출, 신기술 개발 등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이끌 수 있는 딥테크 기업 육성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유니콘 기업에 대한 환상 대신 이들 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