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에코프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전기차 특수…2조9000억 규모 투자
4캠퍼스 증설 땐 총면적 50만㎡ 육박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 첫 접목
원료-전구체-양극재-리사이클링
원가경쟁력 확보…물류비 대폭 절감
포항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내 약 15만평 부지 위에 구축된 에코프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료-전구체-양극재-리사이클링까지 완결된 생태계를 갖춘 이차전지 소재 생산기지다.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 글로벌 1위인 에코프로비엠의 핵심 생산거점이자,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K-배터리 산업의 중추적인 소재 공급 기지 역할을 한다.
이제는 업계 표준 용어가 된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Closed Loop Eco-System)'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접목한 곳이기도 하다. 양극재 생산공정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물류비를 절감했다. 여기에 업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구축해 생산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증설 또 증설”…전기차 배터리 특수에 이어지는 러브콜
빠르게 늘어나는 이차전지 양극재 수요에 맞춰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는 증설이 한창이다. 현재 캠퍼스 내에서는 8공장(CAM8) 신축을 위한 철골 공사가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공사 차량들이 쉴새없이 드나든다. 에코프로가 삼성SDI와 만든 양극재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의 공장 건설 현장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3캠퍼스 구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
4캠퍼스 신축도 예정됐다. 조만간 토목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CAM9이 4캠퍼스에 들어서는 첫 공장이다. 6만평 가까운 면적의 4캠퍼스 증설까지 이뤄지면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총면적은 15만평으로 늘어난다. 4캠퍼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배터리 업계 환경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고객사 러브콜도 많아 생산라인을 더욱 증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2017년부터 2조9000억원 규모 포항캠퍼스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공장과 양극재 CAM5 공장을 시작으로 CAM5N, CAM6, CAM7까지 양극재 공장이 차례로 들어섰다. 현재 에코프로 양극재 생산능력 18만톤 중 포항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15만톤에 이른다. 지금까지 1조8000억원이 투입됐고 1조1000억원이 추가로 투자될 예정이다.
회사는 늘어나는 양극재 수요에 인근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 약 21만평 부지도 추가로 확보했다. CAM10 공장부터 블루밸리 산단에 자리를 잡게 된다. 현재까지 결정된 투자 금액만 2028년까지 2조원 가량이다. 조성이 이뤄지면 4000명 가까운 인원이 이곳 포항에서 근무하게 된다.
◇배터리 업계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 원조
에코프로 포항캠퍼스에는 세계 최초로 양극재 생태계를 아우르는 '클로즈드 루프 에코시스템'이 구축돼있다. 이는 배터리 핵심 원자재를 회수하고 다시 배터리 제조에 재활용하는 완결적 순환체계(Closed Loop)를 말한다. 폐배터리 분해부터 전구체, 리튬 전환 공정, 양극재 생산, 가스 공급까지 일련의 과정을 수직계열화했다. 리사이클링(에코프로씨엔지)→전구체(에코프로머티리얼즈)→수산화리튬(에코프로이노베이션)→양극재(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이엠)로 이어지는 계열사들이 이곳 포항캠퍼스에 모여있다. 에코프로는 장기적으로 전구체 33% 리튬 26% 니켈 31% 내재화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놨다.
원재료 뿐만 아니라 양극재 산업의 필수 유틸리티인 산소와 질소를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공급하는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포항에 구현돼있다. 포항캠퍼스 내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60m 높이 타워 2개가 우뚝 솟아있다. 이 타워를 통해 포집된 대기에서 산소와 질소를 추출하고 지하에 매립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각 공장으로 바로 전달한다. 액체 상태 가스를 고체로, 다시 이를 액체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없고 먼거리를 탱크로리를 이용해 운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관련 회사들이 모여있어야 시너지가 날 뿐만 아니라 생산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양극재 전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한 회사는 현재 에코프로가 유일하다”면서 “다른 양극재 업체들도 유사한 형태의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데 에코프로가 모티브가 됐다”고 강조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척척…자동화로 비용↓, 효율↑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의 또 다른 무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솔루션으로 구현된 스마트팩토리다. 신규 공장이 구축될 때마다 접목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핵심은 물류 자동화다.
공장별로 구축된 물류창고에 들어서자 각종 원재료와 양극재 완제품이 든 톤백(이동형 대형 포장재)을 실은 무인운반로봇(AGV)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녹색(양극재), 흰색(원료), 파란색(전구체) 등 색깔로 구분된 톤백들이 잇따라 입·출고되는 모습이다.
양극재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고 사용되는 원재료의 양도 크게 늘어났다. 기존처럼 작업자들이 운전하는 지게차로 입·출고와 운반을 하기에는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도 크다. 물류를 무인화·자동화하면서 안전성이 크게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재고관리도 더욱 용이해졌다.
트레일러를 통해 들어오는 원자재나 생산이 완료된 양극재 완제품은 바코드 작업을 거쳐 물류창고에 입고된다. 과거에는 원재료, 부자재, 완제품 별로 구역을 나눠서 보관해야했지만 모든 정보가 전산화되면서 자동으로 빈자리를 찾아가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졌다. 근로자들은 태블릿을 통해 입·출고 작업을 관리만 하면 된다.
물류창고는 밤에도 쉬지 않는다. 야간에는 입고와 출하 작업이 이뤄지지 않지만 대신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과 연동된 스태커 크레인(자동창고 내에서 승강하며 제품을 입·출고하는 장치)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먼저 출고되는 제품이 앞쪽에 배치될 수 있도록 다시 배열한다.
물류창고 뿐만 아니라 생산동에도 자동화 설비가 구축돼있다. 수십대의 AGV들이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원자재를 운반한다. AGV는 각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이동하고 이를 넘겨주는 모든 과정을 중앙 시스템에서 추적할 수 있다.
최종 제품이 생산되면 포장실에서 제품을 톤백에 담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제품 라벨링 작업을 하는 협동로봇도 배치돼있다. 모든 제품은 전자태그(RFID) 방식으로 관리돼 바코드를 조회하면 톤백에 담긴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어느 고객사에 공급되는지 전체적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인터뷰] 송일옥 에코프로비엠 플랜트기획팀장 “전공장 통합관제 시스템 구축이 목표”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무인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이슈입니다. 산업 특성상 포장이나 원자재 투입 같은 부분까지 100% 무인화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자동화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에서 만난 송일옥 에코프로비엠 플랜트기획팀팀장은 포항캠퍼스의 가장 큰 강점으로 수직계열화에서 나오는 시너지와 자동화 솔루션 구축을 통한 높은 효율성을 꼽았다.
플랜트기획팀은 신규 공장 증설을 담당한다. 단순히 공장 건물을 짓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양극재 공장 부지 선정부터, 공장을 구축하고 시생산을 진행해 고객사로부터 '4M(Man·Machine·Material·Method)' 승인을 받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챙긴다. 양극재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에코프로비엠은 국내, 헝가리, 캐나다 공장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송 팀장의 파일은 각 공장별 증설 스케줄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는 건설 단계부터 물류 토탈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과 협업해 업계 최고 수준의 물류 자동화 수준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송 팀장은 “원료 투입부터 원자재 운반, 포장, 이송 등 모든 물류 단계가 자동화돼 있다”면서 “생산동 내부에도 AGV와 협동로봇을 배치해 자동화 작업으로 전환하고 사람이 하는 일을 최소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는 오창, 포항, 헝가리에 이어 캐나다 베캉쿠아에 양극재 합작공장을 만드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국내외에 생산거점이 늘어나는 만큼 장기적으로 모든 공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다.
송 팀장은 “양극재는 국가핵심기술로 보호되는 만큼 DT실 산하에 물리보안팀과 정보보안팀을 운영하며 전사 보안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수출 승인 심사에 대응하며 기술 유출에서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구축된 클루즈드 루프 에코시스템을 해외 공장에도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포항(경북)=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