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아기에게 말할 때 비음 섞인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하듯이 어미 돌고래도 새끼와 소통할 때 '아기 말투'를 사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국 햄프셔 칼리지·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등이 소속된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984∼2018년 미국 플로리다주(州) 새러소타만(灣) 인근에 사는 어미 큰돌고래 19마리를 30여 년간 추적 관찰하던 중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돌고래는 개체마다 고유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의사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같은 의사 표현도 이 휘파람 소리를 통해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휘파람 소리를 연구하기 위해 30여 년간 포획과 방류를 반복하며 큰돌고래에게 특수 마이크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원들은 이 데이터들을 어미가 어린 새끼와 함께 수영할 때, 혼자 또는 다른 성체와 함께 수영할 때를 나눠 기록했다.
그 결과 어미 큰돌고래들이 어린 새끼에게 내는 휘파람 소리의 주파수가 평소보다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휘파람 음역도 다른 상황과 비교해 더 넓었다.
공동 저자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소속 생물학자 피터 타이악은 “연구 대상이었던 어미 (큰돌고래) 19마리 모두에게서 이런 현상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새끼 큰돌고래는 이 지역에서 평균적으로 3년 이상 어미와 함께 지낸다. 아비는 육아에 장기적으로 큰 역할을 하지 않아 어미 위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인간을 포함해 동물들이 '아기 말투'를 쓰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과학자들은 새로운 소리를 발음하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80년대에 진행된 연구에서도 인간 영유아가 높은 음역대 소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한편, 성체가 어린 개체에게 평소와 다른 소리를 사용하는 사례는 다른 동물에게서도 발견됐다. 암컷 붉은털원숭이는 새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울음 소리를 바꿨고, 금화조는 노래를 가르치기 위해 높은 소리로 더 천천히 새소리를 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