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무더기 추락한 가운데,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와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내부 오인 사격으로 격추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날 러시아 군용기 4대가 추락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러시아 방공체계가 추락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40km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에서는 Su-34와 Su-34 기종 전투기 각 1대와 Mi-8 헬리콥터 2대, 총 4대의 군용기가 연쇄 추락했다. 모두 러시아 공군 소속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이에 대해 “네 대의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들로 원을 그리면 반경 40㎞짜리 원 안에 (추락 지점이) 모두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어떤 방공 무기가 이 원의 중심에 있을 수 있는지는 인터넷에 찾아보고 스스로 답을 내 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추락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가진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주요 선봉 부대인 ‘바그너’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태도를 바꾸고 러시아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탄약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정부를 향해 거듭 불만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날, 프리고진이 지난 1월 우크라이나에 바흐무트 철수를 요구하며 대가로 러시아 정규군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도 이어졌다. 미국 기밀 유출 문서 내용을 인용했다.
WP에 따르면 문서에는 “프리고진은 바그너가 바흐무트 지역에서 철수하게 되면 본인과 병사들은 모두 러시아의 반역자로 간주될 것이라 주장했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해당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바흐무트는 현재 10개월 이상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다.
러시아는 조만간 예고된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을 앞두고 바흐무트 점령을 위한 공세를 계속하고 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역공에 나서는 등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바흐무트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측은 “북부와 남부에서 러시아 진지 10여 개를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러시아측은 “우리 군이 (우크라이나 군의) 모든 공격을 물리쳤다. 러시아 방어선은 뚫리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