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회담] 제자리 찾는 韓-日 협력…경제안보 등 시너지 기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2년 만에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를 재개하면서 한일 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일본 정부 수장으로서 5년 만에 방한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는 물론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화, 경제안보 등 다양한 현안에서 두 정상이 미래지향적 협력을 약속하면서 향후 후속책 이행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과 기사다 총리는 우선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부문에서 한일 협력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대립 등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면서 반도체 경쟁력이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품목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지난 3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국가안보회의 간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협력해 안정된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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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연합뉴스>

정부는 지난달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국)에 복원했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3대 품목 수출규제를 단행한 2019년 9월 이후 3년 7개월여만이다. 이로부터 4일 후 일본 정부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하기 위한 수출 무역 관리령 일부 개정안’을 발표하며 화답했다.

산업계는 한국과 일본이 그동안 양국 관계를 가로막았던 장벽을 없애면서 최소한의 협력 환경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파운드리(글로벌 수탁생산)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과 차세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갖춘 일본 기업들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한일 양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물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분야에서도 손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세계 주요국에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고,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의존하는 공급망 구축이 최우선 과제다.

또 양국 정상은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까지 북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안보 협력 강화에 관해서도 지속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미 고위급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또 다른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도 한미 NCG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동아시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양국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미·일 3개국이 G7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억지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에 앞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입장과 견해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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