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하이텍이 5월 순수 반도체 위탁생산(퓨어 파운드리) 업체로 새 출발한다. 기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 사업은 물적 분할해 'DB팹리스(가칭)'로 출범한다. 신설 법인은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5년간 상장하지 않기로 했다.
DB하이텍은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 분사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의결권 있는 주식 수 53%, 참석 주주 주식 수 중 87.1%가 찬성해 가결됐다. 이로써 DB하이텍은 팹리스 사업을 떼어내 100% 자회사로 운영하게 됐다. 분할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팹리스 사업 분할을 시도했지만 소액 주주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병행하면서 발생하는 고객사 이해 상충 문제에 분사를 재추진했다.
DB하이텍은 순수 파운드리로 육성하고, 팹리스 사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액정표시장치(LCD) DDI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미니 LED DDI로 확장할 방침이다.
회사는 작년 5월 황규철 사장을 브랜드사업본부장으로 영입, 작년 말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 파운드리사업부와 브랜드사업부 각자 대표체제를 출범시켰다. 팹리스 분사를 위한 포석이었다. DB하이텍은 조기석 사장이, DB팹리스는 황 사장이 맡게 될 예정이다.
DB하이텍은 신설법인을 5년간 상장하지 않기로 했다. 신설법인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총 특별 결의를 거치도록 정관도 변경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DB하이텍 분사 계획이 나왔을 때 소액주주들은 존속법인(DB하이텍)이 신설법인 지분을 100% 보유,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은 “파운드리는 고객 상충 이슈를 해소해 거래선과 제품군을 확대하고, 브랜드 사업은 전문 경영인 영입과 독자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