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적군 동향보다 우리 실태 파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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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A, B, C 기업이 어디입니까?”

전자신문이 지난주 중국 기업이 분당 일대에서 국가핵심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개발 중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중국 팹리스 세 곳을 익명으로 다뤘는데, 어느 기업인지 궁금해 했다.

기사 송고 직전까지 고민했다. 기업명을 공개했으면 반응이 더 뜨거울 수 있지만 본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있으며, 왜 한국 엔지니어들이 중국 기업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는가가 핵심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중국 업체를 찾는 것만큼 어려웠던 것이 국내 팹리스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부처마다 파악한 팹리스 숫자만 해도 최소 70개부터 최대 200개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정부 정책 자료에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하지만 현황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그나마 2019년 산업연구원이 팹리스 81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로 현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인건비 중위 값은 약 4100만원이었다. 플랫폼 기업의 엔지니어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 사이 중국 팹리스는 한국에 R&D 기지를 세우고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기술 인력을 영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격차가 더 벌어졌을 수도 있다. 2023년 국내 팹리스 수는 얼마나 되는지, 인력은 얼마나 이동했는지, 개발자 대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는지 우리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OLED DDI 점유율은 80%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무관심 상황이라면 디스플레이 핵심 반도체 기술마저 중국에 매섭게 추격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DDI 개발 인력 처우 차이가 상당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팹리스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세제 혜택과 같은 방법으로 인건비를 보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2021년 OLED DDI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이유를 스스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

과연 DDI뿐일까. 취재를 마치면서 든 의문이다. 중국은 산업고도화 전략 '중국 제조 2025'에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화율 70% 달성 목표를 세웠다. 확인된 OLED DDI는 물론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메모리 기술에는 과연 손을 뻗진 않았을지 매우 궁금하다. 심각성을 인지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국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우리나라 핵심 기술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켜나갈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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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섭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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