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비트코인 전략자산' 후속 전개에도 주목할 필요 있어

Photo Image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과 함께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갱신했다. 14일 미 연준의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전인 5일 대비로 보면 일주일여 만에 1억 2000만 원을 상회, 30%가량 급등했다. 가상자산거래소뿐 아니라 증권시장을 통한 비트코인 매수도 급증세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당선 이후 13일까지 6일간 순유입액만 47억 3000만 달러(6조 5000억원), 거래량도 급증해서 평소 대비 30~40% 늘어났다고 한다.

전망은 어떤가.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트럼프 당선 효과 때문인지 대다수가 초강세 전망 분위기다. 내년까지 18~20만 달러, 특히 비트코인이 미국의 비축 전략자산으로 입법화될 것을 전제로 50만 달러까지 예상하는 의견도 나온다.

비트코인 급등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전략자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전략자산이란 통화당국이 무역 불균형이나 환율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이다. 현재 미국의 전략자산으론 금, 외화인출권, 원유 등이 있다.

그럼 3~4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에 반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강력한 비트코인 옹호론자가 됐나. 비트코인 정책연구소(Bitcoin policy Institute)가 마련한 비트코인 전략자산 보고서에 의하면 특히 다음 세 가지가 핵심으로 생각된다. 첫째, 미래 산업인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세계 톱이 되기 위해서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자산은 하나의 미래 산업일 뿐 아니라, 직구, 역직구 등 디지털 무역이 본격화할 때, 이에 대한 글로벌 금융표준을 제공할 수 있단 생각이다.

둘째, 35조 달러까지 급증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비트코인 등의 거래 수단인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국채 수요로 연결하여, 재정의 안정성을 높이고, 비트코인 자산가치 상승을 통해 잠재적인 부채 상환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매년 예산편성 때마다 부채한도 협상 불발로 정부 디폴트 이슈가 불거지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일본 등의 미국 국채 매도 압력도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셋째, '미국 수퍼 파워'의 핵심인 달러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스테이블코인의 98%가 달러 표시인 점, 달러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체제 성격상 익명성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달러패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비트코인 전략자산' 정책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현재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의원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법안(Bitcoin Act)'이 미국 상원에 발의돼 있고, 상원의 보수적 성격상 통과가 만만치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상·하원을 공화당이 싹쓸이한 데다, 달러패권에 대해선 초당적이기 때문에 '비트코인 전략자산'이 달러패권에 도움이 된다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향후 관심은 비트코인도 비트코인이지만, '비트코인 전략자산'의 후속 전개가 아닐까 싶다. 우선 비트코인과 함께 부채감축, 달러패권의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정비와 시장 확대가 화두가 될 수 있다. 그 경우 시가총액 1위인 역외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보다 역내 기반인 USDC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중요도가 커짐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출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로빈후드, 팍소스 등 금융·암호화폐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USDG(글로벌 달러)'를 출시한 데 이어, 비자, 에테나 등도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10일 기준 1781억 달러(246조원)로 급증하고 있다.

두 번째는 누가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현물 ETF 상장에 도전할 것이냐다. 시장에선 시가총액 상위 5~6위를 다투는 솔라나와 리플 등을 유력 후보로 꼽는 듯하다. SEC와 소송 중인 리플은 現 SEC 수장인 게리 겐슬러의 퇴임 시사 발언 이후 12% 급등해서 주목 대상이 됐다. 또한 이와 관련, 지난 5월 하원을 통과한 'FIT21' 법안이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주목 대상이다.

끝으로 실물자산 토큰화(RWA)나 토큰증권 발행(STO)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RWA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한 자산뿐 아니라 실물자산도 토큰화할 수 있는 데다, 중개시간을 단축하고, 거래절차를 줄여 관리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에 이어 보다 적극적인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 정책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