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민생회의] "고통분담 동참해야" vs "재정부담, 민간 압박"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 부담 완화 및 고통 분담을 강조함에 따라 15일 통신·금융사들이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공공요금 동결과 에너지요금 조절 방침에 이어 통신·금융에 대해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며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강조했다.

우선 통신 요금 절감에 대해서는 추가 데이터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긍정적이다. 추가로 제공되는 데이터 양이 콘텐츠 소비와 테더링 등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시적인 데이터 제공만으로는 통신비 인하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가 직접적인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3월에 한해서만 하위 구간 요금제로 바꾸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요금제 변경에 따른 위약금이나 결합조건 등으로 인해 요금제를 무조건 바꾸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통신 업계에서는 5G 중간요금제, 시니어요금제 등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민생 안정을 도모한다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압박을 불편해하는 시각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통신사 간 경쟁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민간에 맡긴 이통시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 부문은 취약차주의 금융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은행권이 부랴부랴 금리부담 경감 대책을 강구했다.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은행권 협의기구인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기존 출연한 5000억원에다 2800억원을 추가 출연해 3년간 10조원 이상 지원 효과를 노리는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은행권은 기존 출연한 5000억원 출연금을 취약차주 긴급생계비 지원,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지원, 중소기업보증지원 확대 등에 사용키로 했다. 3년간 약 3조원을 지원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공적 보증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은 연간 약 2600억원에서 약 3200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3년간 3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효과를 꾀한다. 새희망홀씨, 개인차주 대환대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등에는 3년간 약 4조원 지원 효과를 제공키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정부 기조에 난감해하면서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 방침에 따라 예대금리차 공시, 취약계층 금리 인하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해왔지만 최근 여론이 악화되면서 급작스럽게 추가 지원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가스·전기요금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결국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부담 확대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예산이나 에너지 기금 혹은 에너지 공기업 재원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가스요금 인상시기를 늦추면 에너지 요금의 가격 신호 효과가 약화돼 소비도 지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가 등유·액화석유가스(LPG) 요금 할인 수준을 59만2000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정책이다. 등유·LPG 바우처(이용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충당하면 정부 재원을 추가 편성해야 한다. 가스요금 에너지 캐시백 상시화와 요금부담 완화는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한국가스공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여지가 크다.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가스공사는 이미 최근 난방비 대책에서 약 45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파에 취약한 주거시설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할 근본 방안인 '그린홈 이니셔티브'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일부 충당해야 한다. 산업부는 이 정책 중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장애인에 대한 고효율 가전 구입비 환급 비율을 10%에서 20%(최대 30만원)로 상향해야 하는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에너지 요금 인상 폭·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전기·가스요금이 일부 인상됐지만 아직도 원료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2분기 전기·가스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 특히 여름철 전력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한전의 부담이 커진다.

또 전기요금의 가격 신호 효과가 약해져 전력을 다량으로 소비할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지난해에만 30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전기요금 인상이 원료비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적자폭이 커졌다.

정부가 내놓은 물가 대책은 취약계층 맞춤형으로 현재 편성된 예산을 최대한 빠르게 집행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난방비 지원 등을 위해 추가로 대규모 재정을 풀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산 지원 확대는 최소화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전년 대비 12% 확대했다. 추가되는 지원은 교통비, 주거비 등 민생과 직결된 필수 생계비 경감에 초점을 맞췄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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