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 이틀째인 8일(현지시간) 개발도상국들이 “빚더미에 앉을 판”이라며 손실에 대한 선진국들의 책임 있는 보상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나경원 기후환경대사는 녹색기후금융(GCF) 재원 보충에 많은 국가가 동참할 것을 호소했고, 세계은행(WB)은 개도국 지원을 위한 글로벌 멀티 파트너 펀드를 발표했다.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이날 기후위기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피해자인 개도국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빚의 덫에 던지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국토의 3분이 1이 물에 잠기는 최악의 홍수를 경험한 만큼, 지금 당장의 조치가 없으면 내년에는 더 큰 재난이 올 것을 우려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다국적개발은행(MDB)의 기후 금융지원이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이고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을 수반해 대다수 개도국이 접근하기 어렵다면서 “기후변화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기후환경대사는 재원 조달과 관련해 내년까지 진행되는 GCF 2차 재원 보충에 많은 국가가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개도국의 효과적인 기후행동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나 특사는 “한국은 GCF,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연락사무소 지원 등 그린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해 개도국의 녹색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기후재원 조성 등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합의의 구체적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B는 이날 공여국, 민간, 재단을 포함한 글로벌 멀티 파트너 펀드 '탄소배출 감축 기후행동스케일링(SCALE)'를 발표했다. SCALE는 실질적인 탄소배출 감소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SCALE는 각국이 국가온실가스배출감축목표(NDC)에 적용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공과 민간자금을 모아 중·저소득 국가의 배출 감소 프로그램에 자금을 추가 공급한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개발도상국 온실가스배출량을 실제로 줄이기 위해 지구촌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면서 “SCALE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실질적 탄소배출 감소 행위는 탄소배출권거래 시장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개도국은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물려서라도, 개도국 지원 재원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파리협정(지구 온도 1.5℃ 상승 억제) 이행 규칙이 완성됐음에도 작년 세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이 5.7% 오히려 증가한 만큼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기업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