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은 반도체 제조사(칩 메이커)에 먼저 기술과 제품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과 함께 기술 로드맵을 고민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장기 계획도 수립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향후 기술 방향을 미리 읽어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백홍주 원익QnC 대표는 반도체 소재·부품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정 변화에 맞춰 새로운 소재·부품을 지속 개발하는 것이 소부장 기업의 '업(業)'이라는 말이다. 백 대표는 “결국 반도체 제조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고객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행보이며 고객의 미래 로드맵에 동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0년 넘게 반도체 업계에 몸 담았던 백 대표는 올해 초 업계 1위 쿼츠 기업인 원익QnC 대표로 선임됐다. 삼성전자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소재·부품 기업 대표로서 반도체 제조사 요구와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역량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반도체 기술이 3나노, 2나노 싸움으로 넘어가면서 디자인(설계)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렵게 됐다”며 “결국 소재를 기본으로 한 부품 전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원익QnC를 누구보다 강력하고 전문화된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원익QnC가 쿼츠 내구성을 강화, 수명 주기를 늘린 제품과 신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만큼 중요한 것이 파트너십이다. 고객과 협업 체계가 곧 사업 성과로 이어진다. 백 대표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도 '윈윈'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익QnC는 최근 글로벌 사업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에 파운드리를 구축하고 인텔과 TSMC도 공격적인 파운드리 팹 확장에 나섰다. 유럽에서도 대규모 생산 거점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익QnC는 이 같은 투자를 시장 기회로 읽었다. 백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매출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적기”라며 “고객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사업부 목표”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원익QnC도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구개발(R&D) 체질 개선과 설비 투자 확대뿐 아니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양과 질적 성장을 위해 쿼츠와 세라믹 분야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원익QnC는 2019년 미국 쿼츠 소재 제조기업 모멘티브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쿼츠 소재와 부품 수직 계열화로 시너지를 극대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 M&A도 염두에 둔 것이다. 백 대표는 “모멘티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여러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며 “내·외부 기술을 융합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M&A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