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비투자 25% 세액 공제
생산·R&D에 총 67.5조원 투입
국내 소부장 기업도 혜택 주목
中 등 비우호국 투자 제한 '부담'
미국 하원이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이하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본격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25% 세액 공제는 우리나라 지원 규모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 등 미국의 비우호국에 대한 투자 제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미국 투자 혜택과 중국 시장 창출 제한이라는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하원은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총 520억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효력은 즉각 발휘된다.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주목적이다.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부터 5년 동안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390억달러를 지원한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경각심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파운드리 공급망을 확보하고 산업적으로 반도체 부문에서까지 우위에 있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를 하면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는 최대 12%다. 기존 대비 2%포인트(P) 끌어올렸지만 미국 반도체법은 우리의 갑절이 넘는다.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반도체 기업의 전폭적 수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연구개발(R&D)과 주정부 차원의 지원까지 더하면 세제 혜택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팹)을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구축할 계획이다. 팹이 본격 가동하면 설비 투자 금액은 늘어날 것을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최근 15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R&D와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제조시설이 운영되면 주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 만큼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소부장 기업도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테일러팹을 위해 여러 국내 소부장 기업이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투자에는 발목이 잡힐 수 있다. 미국 반도체법으로 지원받는 기업은 중국을 포함한 비우호국에 10년 동안 투자를 제한하는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법 자체가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둘 다 중국에서 반도체 팹을 운영하고 있어 신규 투자 유인을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 SK하이닉스는 우시·충칭·다롄에서 반도체 팹을 가동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 합류 여부까지 포함해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어떤 시장을 우위에 둘지 면밀히 검토하고 사업 전략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