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KAIST 교수·양향자 의원 긴급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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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KAIST 명예교수(왼쪽)와 양향자 의원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강국 실현을 위한 방법론으로 '소프트웨어(SW)' 경쟁력 강화가 제시됐다. 수십년간 이어온 하드웨어(HW) 중심 인력 양성과 산업 생태계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SW 인력 양성 최전선에 있는 문송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와 30년간 반도체 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은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SW 경쟁력 제고 방안을 주제로 긴급 대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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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천 KAIST 명예교수

[문송천 KAIST 명예교수]

문송천 KAIST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 걸림돌로 취약한 SW 경쟁력을 지목했다. 우리나라 수출 주역으로 자리잡은 반도체 등 HW 역량을 뛰어나지만 국가 경쟁력을 견인할 또 다른 주역인 SW는 생태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SW가 이끌고 반도체가 뒷받침돼야 하는 구조”라며 “시스템 반도체 강국을 주장하지만 근간이 되는 SW 역량을 키울 생각을 못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교수는 인텔 사례를 들며 반도체 산업에서 SW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때 1200여대 드론을 일사불란하게 제어한 것은 인텔의 HW가 아닌 SW 역량이란 점에 주목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세계 최강자 역시 SW에 적극 투자하는데도 국내 관심은 여전히 HW에 치우쳤다는 의미다. 문 교수는 “한국 SW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면서 “HW 중심 인재 양성과 정책이 야기한 참담한 결과”라고 말했다.

편향된 산업 구조는 위태롭게 움직이는 '외발자전거'와 같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산업이 개화한 뒤 30여년 이상 HW와 SW 불균형 시대를 걸어왔다는 것이 문 교수 평가다. 지금이라도 이를 고쳐 세우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 공염불로 돌아갈 가능성이 짙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SW 경쟁력 문제를 인재 양성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타 산업과의 밀접하게 연계된 데이터베이스(DB)·운용체계(OS)에 집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SW 생태계 조성의 '실기(失期)'가 있었던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현재 확보한 DB 분야 인재를 적극 활용하고 인문학 중심으로 SW 인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산업별 나눠먹기식 정책을 과감히 혁파해 SW를 국정 중심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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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의원(무소속)

[양향자 국회의원]

'최소 10년.'

양향자 의원는 한 산업의 기틀이 마련되기 까지 10~15년 걸린다고 진단했다. 인재 양성부터 기업 정책 지원 등 산업을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수준까지 올라온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된 결과라고 부연했다.

SW는 이 기간이 매우 짧았다. 그 빈틈이 지금 산업 생태계의 각종 '적신호'로 돌아오고 있다. 양 의원은 “SW 분야는 이미 미국이 잠식한 시장이 됐고 중국도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매우 협소하다”고 현 시장 상황을 평가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강국을 외치지만 생태계 핵심에 SW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것이 양 의원 생각이다. 반도체 설계 분야가 대표적이다. 국내는 내노라는 반도체 팹리스가 없다. 설계에 꼭 필요한 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은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등 외산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양 의원은 “반도체가 한번 더 도약하려면 SW가 있어야 한다”면서 “결국은 HW와 SW를 우리나라 국가 산업 경쟁력의 '양대 산맥'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의원 역시 SW 인재 양성으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지금은 SW 분야 전문 인재뿐 아니라 교육자 또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SW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부터 미흡하다는 의미다. 양 의원은 “여전히 정치와 부처 간 갈등으로 국가 경쟁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산업계가 요구하는 정책 지원을 진두지휘할 콘트롤타워와 전문가 중심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스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업계 리더가 존재해야 후진 양성이 가능하고 이는 산업 생태계를 보다 탄탄히 만드는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잘하는 것은 인정해주고 적극 밀어줘야 업계 '스타'가 등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