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사 잇단 플랜트 정비 영향
공급부족 상황 악화로 생산 차질
반도체·조선 등 다양한 분야 활용
물량 줄면 '핵심산업' 조업 차질
중소 탄산가스업계가 탄산공급 부족에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 불똥이 탄산가스로 튀어 관련 산업계 파장이 우려된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고압가스조합)는 탄산 공급부족이 심화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음료뿐만 아니라 반도체, 철강, 조선, 의료, 폐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에 탄산이 사용되는데, 공급부족으로 조업에 차질이 생겨 여파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탄산은 주로 정유 및 석유화학제품 제조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된다. 탄산 제조사는 석유화학업체로부터 원료 탄산을 공급받은 뒤 이를 정제 및 액화해 충전업체와 수요 업체 등에 공급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탄산 부족은 울산, 서산, 여수, 나주 등에 있는 석유화학사들의 플랜트가 잇따라 정비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이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석유화학사들이 3~6월에 걸쳐 플랜트 정비에 나서면서 부산물로 나오는 탄산 발생량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실제로 SK와 LG화학은 3월부터, 현대오일뱅크는 4월부터, 롯데케미칼은 5월부터 정비에 돌입했다. 이들 석유화학사로부터 원료를 받아 탄산을 제조하는 기업은 국내 태경케미컬, 선도화학, 창신화학, 동광화학, SK머티리얼즈리뉴텍 등이 있는데, 현재 어느 한 곳도 탄산을 제대로 출하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총 탄산 생산능력은 하루 2740톤, 월 8만3000톤으로 추산된다. 이는 수요를 겨우 맞추거나 소폭 부족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최근 택배나 배달에서 사용되는 드라이아이스 수요 증가로 공급에 더 여유가 없어졌다. 이런 가운데 원료 탄산 공급사의 잇따른 정비로 인해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이에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더 충격이 가해지는 실정이다.
이영식 고압가스조합 전무는 “탄산 물량 80% 정도가 전자·조선 등 대규모 수요처와 드라이아이스 제조 쪽으로 들어간다”면서 “나머지 20%가량이 약 300여개 중소 충전업체에 배분되는데, 앞으로 탄산 생산이 줄면 중소업체는 받을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최근 탄산 부족 현상이 지난 2020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탄산 재고량은 지속 감소하는데, 드라이아이스 사용 증가 등으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탄산 가격도 치솟고 있다. 경유값 폭등으로 운송비가 상승했고, 고압용기와 밸브 등 원부자재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심승일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탄산 부족은 제조사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도 피해를 유발한다”면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에 탄산 제조사와 충전업체 간 협조, 정부의 대책마련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특히 5~6월에 플랜트 정비를 계획하고 있는 석유화학사의 정비 일정을 조정하고 유통·배송업체 등이 드라이아이스 사용을 자제하고 얼음팩으로 대체하는 등 산업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