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비만약으로 불리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지난 15일 한국에 상륙했다.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출시 이후엔 가히 열풍 수준이다. 출시 첫날 주문사이트가 한때 마비됐고, 병·의원에는 위고비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만으로 체중이 감량된다. 효과도 기존 비만약보다 좋다. 노보노디스크가 앞서 선보인 비만약 '삭센다'는 56주 평균 7.5%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이에 비해 위고비는 68주 평균 14.9%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다. 기존 삭센다 대비 2배 가량 효과가 좋은 셈이다. 더구나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니 투약 편의성도 향상됐다.
해외에서 효과를 본 사례들이 나오는 것도 위고비 열풍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사들의 체중 감량 성공기는 유명하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2년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서 건강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라고 답했다. 당시 머스크는 약 14㎏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은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처방받아 한 달 만에 7㎏ 감량했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의 약이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몸에서 호르몬의 일종인 GLP-1이 나온다. 이 호르몬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높여준다. 이로 인해 식욕이 감소한다. 위고비는 GLP-1과 94% 가량 비슷한 유사체가 몸에 작용해 식욕 감소 효과를 낸다. 몸에서 나온 GLP-1은 금방 분해돼 사라지지만, 위고비는 일주일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
국내는 아직 출시 초기다보니 위고비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가격도 제각각이다. 제품 공급가격은 한 펜(4주 분량)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고비는 비급여 제품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판매 가격이 의료기관마다 다르다. 실제로 한 펜당 가격은 현재 45만원 수준부터 100만원 이상까지로 알려져 있다.
위고비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고도비만 환자로 제한됐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 1개 이상의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환자에게만 처방할 수 있다. 키 170㎝ 성인 남성이라면 몸무게가 87㎏ 이상이라야 BMI가 30㎏/㎡을 넘는다. 그러다보니 처방 대상을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량도 충분치 않고, 처방 대상도 제한적이니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해외 처방 방법을 묻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이미 일본 등에서 처방 받았다는 체험기도 찾아볼 수 있다.
출시 초반이니 관심이 높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위고비를 처방받기 위해 외국에까지 가겠다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체중 감량 효과가 좋지만, 그렇다고 비만을 절대적으로 해소해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약을 투여하는 기간 동안만 효과가 있다. 약 투여를 종료하면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요요현상도 있다. 울렁거림, 구토, 변비, 설사 등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오래 지속 투여하려면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결국 위고비는 비만 치료를 위한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전문가들도 손쉬운 다이어트나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지나친 비만약 열풍은 경계해야 한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