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교수의 정보의료·디지털 사피엔스]트위터 다음 일론 머스크가 인수할 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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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의 측근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흑해 상공의 모든 스타링크 위성을 파괴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 위성을 쓸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우크라이나 부총리 트윗에 일론 머스크가 화답한 후,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은 맹공격에도 건재했다. 러시아 총참모부는 흑해의 모스크바 함을 침몰시킨 미사일 공격에 스타링크 위성이 동원됐다며 국가급 전쟁에 민간기업 따위의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우주전쟁'을 선포했다.

인공위성 공격에는 ICBM급 미사일이 필요하다. 스타링크는 1500여 위성 중 일부가 격추돼도 몇 기 더 쏘아올리면 그만이다. 러시아는 대대적 해킹공격을 시도했다. 방어는 눈부셨고 스타링크 위성들은 하나의 시스템처럼 동작했다. 지상에서 쏘아올린 코드가 위성의 운용체계(OS)를 동시에 업그레이드하자 러시아의 해킹과 재밍은 무력화됐다. 미 국방성 전자기전 단장 트렘퍼는 “눈물나는 광경이었다”며 “미군도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한 즉각적 위기 대응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 업데이트 기술인 OTA는 테슬라의 독자적인 전기차 OS 개발로 실현가능했다. “전기차는 바퀴 달린 아이폰”이라던 농담처럼 “인공위성도 궤도를 도는 아이폰”에 불과했다. 스페이스엑스는 2000기 이상의 발사 경험을 토대로 독자 인공위성 OS를 개발했다.

알란 케이는 “소프트웨어에 정말 진심인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 출시 행사에서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너무도 사랑하지만…”이라며 출시 이유로 이 오래된 명언을 인용했다. 이제 SW 기술과 HW 기술을 둘 다 가진 기업은 애플 하나만 남았다. 2020년 '애플 실리콘' 출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HW 기술이, 삼성과 인텔은 SW 기술이 없다. 이 두 기술을 다 가진 새 경쟁자가 나타났다. 이번엔 휴대폰과 달리 도로(테슬라)와 궤도(스타링크)를 운행하는 이동체가 OS로 통합된 거버넌스 위에서 하나의 시스템처럼 운영된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렸던 러시아와 자동차의 명가 독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마트폰, 전기차, 인공위성에 이어 OS 수준의 통합이 필요한 '다음'은 무얼까? TV,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용 OS는 이미 스마트폰에 종속됐다. 명확한 정의조차 어려운 스마트'홈'이나 '도시'용 OS도 아닌 듯하다. '에너지 그리드'라면 가능해 보이지만 그 핵심에 전기차가 있음이 명확해졌다. 사실 '사람' 자신이야말로 가장 강한 SW-HW 통합체지만, 사람을 모사한 '휴머노이드 봇'은 난제 중 난제라 머스크도 장난스런 '쇼'만 한다. 옛 발명품인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은 가장 분명한 성공사례였지만 민간기업이 지배하기엔 너무 거대한 공공 인프라다. 머스크는 '민간'인 '소셜미디어'를 선택했다. 사람(SW, 소셜, 콘텐츠)과 인터넷(HW, 웹)의 정보 '흐름과 통제'를 지배한다. '소셜'과 '콘텐츠'에 방점을 둔 페이스북과 유튜브보다는 단문과 빠른 속도와 허브 인플루언서로 구성된 '미디어'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트위터가 선택됐다.

엉뚱하게 트위터 다음 인수 대상을 예언해본다면, 바로 '화폐'다. 화폐야말로 동시에 SW이자 HW다. 세금과 금융이라는 강한 거버넌스도 있다. 물론 디지털 화폐다. 왜 비트코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비트코인은 개인이 다루기에는 더 근원적인 '기축통화'에 가깝다. 이더리움도 공공 인프라에 가깝다. '레이어 원'의 성공적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정도가 적절한 인수대상이다. '도지코인'으로 테슬라를 구매하라던 '농담'은 농담이 아니다. 그다음도 있냐고? 국가다. 국가야말로 SW 사람과 HW 영토가 완전통합된 태고적 운영체계다. 하지만 국가는 '홈'이나 '도시'처럼 그 정의도 불분명하고 '생산품'이 아닌 '자연발생물'이라 OS적 통합 대상은 아니다. 국가의 작은 '모사품'에 불과한 기업이 인수할 수도 없으니 화성의 '식민지'를 꿈꾸는 듯하다. '휴머노이드 식민지'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명심해라. '사람과 자연' '공동체와 생태계'와는 달리 완전한 OS는 없고 모든 OS에는 버그가 있으며 해킹에 많이 취약하다.

서울의대 정보의학 교수·정신과전문의 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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