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다윈중개에 매물 크롤링 관련 가처분 신청에 나서며 양사가 법정에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올해 초 다윈중개를 대상으로 '네이버 부동산매물 데이터베이스(DB) 침해 금지'를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과 8월 두 차례 다윈중개에 불법 크롤링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다윈중개는 네이버 매물에 대해 층·면적·가격 정보만 대략 제시하는 등 노출 방식을 변경했다. 조치를 취한 후 다윈은 네이버 측에 개편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네이버로부터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2월 말 가처분 신청 소송이 들어왔다. 다윈은 사이트 개편에도 네이버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공인중개사협회의 압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더 자세한 정보를 보기 위해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 보러가기' 링크를 제공해서 네이버로 이동시켜 줄 뿐”이라면서 “다윈은 이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금전적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가 모든 사이트 정보를 가져와서 서비스하는 것에 비해 이 정도 큐레이션 서비스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이번 소송은 공인중개사협회와 일부 중개사 항의와 압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네이버는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서 구축한 매물정보를 다윈이 허락 없이 사업에 활용한 것은 불법적인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에 '네이버부동산 매물정보 무단 이용, 복제 등 금지를 신청하는 DB권 침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윈중개 측이 반값 수수료로 이득을 취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며,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매물정보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성과 무단 사용으로 인한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을 가처분 신청 근거로 들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른 프롭테크 기업은 다윈처럼 불법적으로 네이버 부동산 매물 정보를 사업에 활용해 네이버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롤링 관련 법적 분쟁은 플랫폼 업계에서 자주 발생했다. 2017년에는 잡코리아와 사람인 민사소송 판결이, 2020년에는 야놀자와 여기어때 민사 1심 판결이 나왔으며 2021년 1월에는 형사 판결이 나왔다. 사람인은 잡코리아에 4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선고를 받았다. 여기어때는 민사 1심에서 야놀자에 10억원 배상 선고를 받았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다만, 여기어때는 형사 재판 2심에서 무죄를 인정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다윈중개는 이번 법정분쟁이 이전 크롤링 분쟁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통상 데이터를 대량으로 긁어와 자사 DB에 저장해서 가공한 후 제공하는 방식을 크롤링이라고 한다”며 “다윈은 대량 복제도 하지 않았고 데이터를 저장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DB 저작권 관련 법안에 따라 크롤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