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용 부품 원자재 중 하나인 고순도 석영(쿼츠) 가격이 10% 이상 급등했다. 반도체 제조사 생산능력 확대로 공정 소모품 수요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쿼츠를 사용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업계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 쿼츠 원자재는 제품 가격의 절반을 차지한다. 일부 쿼츠 부품 제조사는 소재 내재화와 수직 계열화 등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쿼츠 부품 제조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용 부품에 들어가는 쿼츠 가격이 10% 이상 상승했다”면서 “지속적 가격 인상 추세 속에서 지난해 증가 폭이 컸다”고 밝혔다. 반도체용 쿼츠는 웨이퍼를 고정하며 함께 식각되는 포커스링이나 공정용 챔버 안 각종 소모품 핵심 소재다.
쿼츠 가격 상승은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 생산능력이 늘어나면서 쿼츠 소모품 사용량도 함께 늘었다. 특히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식각 등 공정 단계가 증가하고 플라즈마 출력 강화로 마모되는 부품이 많아 소비량이 확대됐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안도 쿼츠 가격 인상을 야기했다.
시장조사업체 TMR에 따르면 2020년 고순도 쿼츠 전체 시장은 9600억원 규모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6.3% 확대될 전망이다.
쿼츠 원자재 공급사가 판매 가격을 높이면 쿼츠 부품 제조사 수익이 악화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용 쿼츠 부품은 재료 비용이 전체 40~4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쿼츠 부품 가격도 함께 올라야 하지만 소모품 특성상 납품 단가를 높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용 쿼츠는 미국 모멘티브 쿼츠 테크놀로지, 독일 헤레우스과 큐실, 일본 토소가 세계 시장 8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쿼츠 부품 제조사는 안정적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 가격 인상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국내 대표 쿼츠 부품 제조사는 원익QnC, 금강쿼츠, 영신쿼츠, 디에스테크노, 월덱스 등이다. 이 중 원익QnC는 미국 모멘티브 쿼츠 사업부를 인수,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 주요 쿼츠 공급사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쿼츠 부품 제조사도 국내에서 주요 소재를 생산하는 등 쿼츠 내재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쿼츠 가격 상승 추세에 대응,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쿼츠 공급사와 협력, 다년간 고정 가격으로 공급 계약을 맺으려는 전략도 세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