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디지털리더를 꿈꾸는 레거시 기업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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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수 LG전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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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년 전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은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큰 화두가 되고 있다. 필자는 2019년부터 LG그룹의 여러 계열사 DX를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실제 경험하며 체득한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DX 화두 배경에는 산업과 기술 분야에서 몇 가지 결정적인 동인이 있었다. 먼저 데이터 발생량의 폭발적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이미 2013년에 10제타바이트(테라바이트의 10억배)에 달했던 전 세계 생성 데이터는 2019년에 40제타바이트로 증가했고, 2023년에는 100제타바이트까지 예상될 정도로 폭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칩 등 반도체와 네트워크 통신 기술 발전으로 컴퓨팅 파워가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면서 데이터 처리·이동·저장에 큰 효율을 가져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자료에 의하면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도 3.4개월마다 2배씩 향상되는 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산업과 기술 변화 속에서 레거시 기업은 구글, 아마존 등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의 급부상과 시장 지배에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은 기업이 DX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주목하며, 대응이 늦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선 선두 지위를 점하더라도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DX는 레거시 기업에 시장 지위와 고객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거시 기업에 DX 적용이 어려운 이유

DX가 레거시 기업의 미래를 위한 핵심 키워드라 해도 현실에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세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DX를 추진한 기업 중 기대치를 달성하거나 초과했다고 답한 기업은 5%에 불과했다. 또 다른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의 조사에서도 기존 전통산업에서의 DX 추진 성공률은 4~11%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DX는 레거시 기업에 어려운 도전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세 가지를 주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과도하게 높고 이상적인 목표를 세워서 의미 있는 성공 체험과 선순환 사이클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DX는 레거시 기업에 익숙하지 않은 분야임에도 처음부터 너무 이상적인 목표를 잡고서 수년간 유무형의 자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사례는 만들지 못하고, 조직 내 피로감과 DX에 대한 오해만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과 비교할 때 데이터를 생성하고 활용하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레거시 기업은 디지털 역량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전문가 중 기존 전통산업 이해도가 있는 인재는 흔치 않다. 기존 구성원을 재교육하는 방안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셋째 문화 장벽도 문제다. 레거시 기업이 그동안 공고히 운영해 온 가치사슬 내 프로세스는 그들에게는 일종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DX에 따른 변화에 대한 저항과 추진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만큼 성공률은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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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DX 추진 전략

이런 걸림돌을 극복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접근 방법을 제언한다. 첫째 '해결 가능하고 사업적 중요도가 큰 과제'를 찾아야 한다. 사업적 중요도가 크고 기술적으로도 해결 가능한 과제, 즉 앤드루 응 랜딩AI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손을 뻗으면 얻을 수 있게 낮게 달린 과일'(The lowest hanging fruit)을 찾는 것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 이런 과제는 분명 기업 내에 존재할 것이다. 너무 이상적이고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해야 하는 과제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AI 및 데이터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적점을 찾아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최적의 과제를 찾기 위해선 현업 전문가와 디지털 전문가 간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기업 내 각 가치사슬 영역 전문가들은 사업적 중요도가 큰 영역을 평가할 순 있지만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지의 타당성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반대로 기업 내 디지털 전문가들은 각 가치사슬 영역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영역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과제 실행뿐만 아니라 과제 탐색 때부터 두 전문가 그룹 간 협업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경영진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두 전문가 그룹이 협업해서 과제를 찾고 해결하는 데는 비용과 자원 투입이 수반되며, 기존 프로세스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 장애들도 빠르게 의사 결정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레거시 기업 스스로가 DX의 혁신 기반인 데이터에 대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낮게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태생이 디지털 네이티브인 기업이 확보한 데이터는 보유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과는 다른 고유의 데이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앞으로도 유일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즉 나름의 차별화한 DX 영역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레버리지 삼아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과 동등하게 협업할 기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 후 100년에 걸친 여러 시도와 성공 경험이 축적된 결과라고 한다. DX 또한 길고 쉽지 않은 여정이다. 수년 전부터 등장한 화두이지만 레거시 기업에는 아직 늦지 않은 영역이다. DX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지혜로운 접근을 모색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변혁기에도 생존을 넘어 한 차원 높은 성장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삼수 LG전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sam.Lee@lge.com

<필자> 이삼수 LG전자 부사장은···

LG전자 입사 후 LG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아 온 전략 전문가이다. LG전자에서는 스마트 비즈니스 전략, 기술 전략, 사업 전략 등 다양한 전략 분야를 담당했다. LG유플러스에서는 콘텐츠 및 서비스 사업을 담당했다. 2019년 LG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와 그룹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해 CDO로 LG전자에 복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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