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5일 대통령과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국정운영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 중심에서 국무회의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고 했다. 정치보복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구시대를 접고 새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유권자에 호소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운영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 명칭도 행정부로 바꾼다. 안 후보는 “'안철수 정부'가 아니라 '안철수 행정부'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존재로 규정돼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 전체의 수장이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라며 “개헌이 된다면 헌법 4장 '정부'라는 제목을 '행정부'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입법과 사법, 행정 삼권을 모두 장악하는 국가원수가 아니며, 국회와 사법부를 넘어 뭐든 다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게 안 후보 판단이다. 안 후보는 “행정부로의 명칭 변경은 대통령 스스로 자신이 초법적 존재라는 권위주의적 인식을 극복하고 제왕적 대통령을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을 축소하고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를 보장하겠다며 “국정 논의의 중심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무회의 중심으로 전환해 내각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지만 파기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집권하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겠다. 진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청와대 집무실은 국빈영접과 주요 정치행사가 있는 날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겨냥한 듯 “청와대에 갇혀있거나 숨어있는 대통령이 아니라 가끔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광화문 광장을 걸어서 대형서점에 들려 책도 보며 시민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악화된 정치 분열에 대해선 '여야정 협의체'를 실제 절충과 타협의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참석해 이견을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보복을 금지하고, 하지 않겠다. 범법자에 대해선 단호히 처리하겠지만 일부러 뒤를 뒤져서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는 비열한 정치는 제가 확실하게 끊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한 듯 “기득권 양당의 대선주자들은 오로지 퍼주겠다는 빚잔치 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서 “이번 대선은 구시대를 종식하고 시대교체를 해야 한다. 새로운 체제의 대한민국 비전은 부민강국(富民强國·풍요로운 국민이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야권 단일화를 염두한 발언도 있었다. 다만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윤 후보가 아닌 자신이 경쟁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확실한 정권교체는 여당 후보와의 경쟁력에서 시작한다. 누구에게 표를 몰아줄 때 더 확실하게 정권교체가 되는지, 누가 여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면서 “반사이익에 기댄 '닥치고 정권교체'는 위험하다. 준비되지 않은 정권교체는 실패한 전임 정권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2년간 이어질 여대야소 정국에 대해선 “독선적이거나 미숙한 국정운용으로는 180석 민주당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허망하게 끝날 수 있다”면서 “당선되면 정파를 가리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는 국민통합내각을 구성하겠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기타 장관급 인사는 연합정치 정당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우선하여 내각에 참여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교육과 노동, 연금 등 3대 분야에 대해선 강력한 개혁을 예고했다. 안 후보는 “욕먹고 돌 맞더라도 진짜개혁을 통해 기득권과 싸우며 청년들과 서민 대중을 보호하고,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반드시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