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반도체 산업은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았다. 소비자 시장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서 심각한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코로나19 발생으로 초기 몇 달간 시장 활동이 저조했으나 이제는 모든 최종 소비자 시장이 급반등하기 시작했다. 디바이스와 시스템 설계, 성능이 향상되면서 반도체 주원료인 실리콘이 더 중요해졌다. 전체 실리콘 제품이 장기적인 성장세로 나타나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리콘 제품 증가는 성장과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실리콘 제품의 핵심 시장을 파악하면서 이를 관통하는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다층적으로 분석해 더욱 효과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할 때다. 예기치 못한 위기와 급격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먼저 다음 시장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조운전, 자율주행, 기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는 기능이 장착된 자동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 모든 기능성 분야에서 첨단 반도체는 꼭 필요하다.
둘째 산업 분야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환하는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용량을 늘려야 하는 전 지구적 과제도 있다.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친환경성을 보장하는 기술과 장비 도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 개인용 전자기기는 스마트폰, 게임, 웨어러블, 기타 디바이스에 반도체를 활용한 기능과 성능이 추가되면서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특히 근무 장소가 유연해지면서 관련 디바이스 수요는 더 늘고 있다.
넷째 통신 장비 분야에서는 커넥티드 스마트 디지털 산업용 애플리케이션이 도입되고 사물인터넷(loT), 클라우드, 5세대 이동통신(5G)이 주도하는 에지 컴퓨팅이 적용되고 있다. 더욱 발전된 연결성(커넥티비티)을 구현하는 동시에 데이터 보안의 최전선도 이끌어야 한다.
이 시장들은 각기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다양한 양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공급과 제조업체, 연관 업체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업계가 직면한 과제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자동차, 산업, 개인용 전자기기, 통신 장비와 그 외 관련된 모든 시장에서 가용 물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최대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시설, 공급망, 파운드리 간 조화를 유지하면서 최적화된 상태로 운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주요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사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앞으로도 최첨단 기술과 제품 혁신의 허브가 될 예정이다. 그간 억눌렸던 수요가 쏟아지면서 코로나 이후 재편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박준식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코리아 지사장 promotion.kore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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