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유탄 맞는 한국 반도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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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많은 조치를 했다.” 최근 중국 관영 매체에 실린 중국 산업 기관 전문가의 기고문 주장이다. 세계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되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면서 중국도 반도체 계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반도체 사용량이 급증했지만 국가 주요 산업이 반도체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부족 사태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무역 마찰로 시장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계를 돌아보면 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부족 사태는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차량용 MCU를 비롯해 산업 전반에 걸쳐 평균 가격이 20~30% 올랐다. 재고 부족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 기업은 유통을 끼지 않고 곧바로 반도체 업체에 공급을 요청할 정도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순탄치 않다. 매그나칩의 중국 사모펀드 매각도 끝내 무산됐다.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한 중국 사모펀드가 미국의 제동으로 인수 작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매그나칩의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기술 등이 중국에 넘어간다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중국 자본에 팔리는 대목을 놓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국가 안보 위협을 빌미로 매각을 끝내 반대했다. 시장 논리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은 사례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매각 작업을 주도한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15일 “합병 계약이 종료된 것에 실망스럽다”면서 “(매그나칩은) 독립적인 공개 회사로, 주주를 위한 가치를 창출할 좋은 위치에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매각이 된다고 기술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라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선도 국가 역할을 해 왔다. 중국 관영 매체도 “한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 강국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으로 유탄을 맞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겉으로는 미·중이 싸우는 형국이지만 반도체 강국인 한국을 견제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고래 싸움에 희생되는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외교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기업 공동 대응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의 측면 지원이 절실하다. 시장 메커니즘이 아니라 대외 변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도록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