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변화가 심상치 않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첨단 기술 주도권 경쟁이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는 파운드리 공급 부족을 야기했고, 급기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라인을 멈추게 하는 혼란을 불러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의 공급망 검토와 재편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급기야 세계 반도체 업계 1위인 인텔이 이에 화답하는 전략을 내놨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4일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새로운 비전인 'IDM 2.0'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파운드리 시장 진출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새로운 파운드리 팹을 두 곳 건설, 자국과 유럽 팹리스 업체들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들어가는 투자비는 200억달러(약 2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SW)와 플랫폼 및 패키징과 제조 공정까지 아우르는, 말 그대로 반도체 거인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업체가 그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이 주도하던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한다는 선언 자체가 격변을 예고한다.
더욱 두려운 것은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검토에 이어 새로운 CEO를 맞은 인텔의 사업 전략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 것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단일 기업의 사업 전략 변화가 아니라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세계대전'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통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은 공급 부족이지만 인텔의 참여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파운드리 시장의 전망과 사업 전략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1위 수성 전략도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 산업의 미래가 달린 전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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