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비중 80%까지 확대…'K-배터리'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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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전기차 ID.4. 폭스바겐은 ID.4에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그룹이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에 하이니켈 '각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채택 비중을 8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 희비가 교차했다.

삼성SDI는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 구현이 가능해 반사이익이 예상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 배터리 판매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에 첫 배터리 공급을 앞두고 부정적 여파가 우려된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전기차 배터리 전략 방향을 공개한 '파워데이'에서 오는 2030년까지 각형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비중을 8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파우치' '각형' '원통형' 배터리로 나뉜다. 각형 배터리는 현재 주류를 이루는 파우치 대비 대량 양산에 유리하고 제조 단가는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력이다. 삼성SDI와 중국 CATL은 각형 배터리를 주로 만든다. 일본 파나소닉은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다. 스웨덴 노스볼트의 주력 배터리도 각형 배터리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 '신규 통합형 배터리셀(new unified cell)'을 순차 도입해 각형 배터리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린다. 유럽에 2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세워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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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가 파워데이에서 전기차 배터리 전략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발표로 폭스바겐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해오던 삼성SDI는 폭스바겐 신차 배터리 주문이 늘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각형 배터리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사용한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전기차에 니켈 60% NCM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유럽 공장 배터리 제조 방식이 기존 와인딩 방식에서 쌓아올리는 스태킹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에 고에너지 밀도, 제조 원가 절감이 기대 되는데 폭스바겐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만간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신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CATL과 파나소닉도 NCM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CATL은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기회를 맞았다. 다만 하이니켈 NCM 배터리 제조 실적은 저조하다. 파나소닉은 각형 배터리 제조 기술은 앞서지만 배터리 투자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에 파우치를 공급해오던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 배터리 비중이 줄어들어 설자리가 좁아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최대 20% 비중을 놓고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할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프랑스 르노를 중심으로 파우치 공급 비중을 늘리고 테슬라 원통형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폭스바겐에 내년 파우치를 처음 공급할 예정인 SK이노베이션은 폭스바겐 물량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은 원통형 고객사 신규 확보와 배터리 다변화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선두 업체인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 탑재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판도 변화가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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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각형 배터리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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