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2주 대비 3배나 길어
시장 선점 기회 놓칠라 '발동동'
업계 "감지거리 짧은데…군사용 의문"
'오락가락' 판정 기준, 시장 혼란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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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전략물자 판정을 받은 안면인식 체온측정카메라가 일본 수출허가를 받기까지 한 달 반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이 2주면 가능한 것에 비해 지나치다는 비판과 함께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략물자 판정 기준도 일정치 않아 '체온계 파동' 이후 체온카메라 업계가 재차 혼란에 빠졌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체온카메라 일부가 '전략물자'로 판정되면서 수출허가 대상 품목으로 지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이 전략물자 판정을 내리면 이 판정서를 첨부해 산업부로부터 수출허가서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하다. 전략물자란 재래식무기나 대량살상무기로 이용될 가능성 있는 제품이나 기술로 대외무역법 등에 따라 수출입을 제한한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체온카메라를 '이중용도품목'으로 판단했다. 민간용으로 개발됐지만 군사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수출허가를 받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에 체온카메라를 수출하려면 업무일 기준 전략물자 판정에 15일, 수출허가에 15일이 소요된다. 휴일을 고려하면 6주, 즉 한 달 반이 걸린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이 각각 5일씩 총 2주 소요되는 것에 견줘 3배 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긴급한 체온카메라 수출 요청이 밀려드는 것을 감안하면 제품 공급이 지나치게 늦어진다. 중국산 진입이 어려워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을 선점할 기회인데, 수출허가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일본만 예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개정, 일본을 새로운 전략물자수출지역(가의2)으로 분류하고 수출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기존 대비 심사기간이 대폭 늘고 신청서류도 3종에서 5종으로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체온카메라의 전략물자 포함에 의문을 표했다. 비슷한 기능과 기술, 부품을 갖춘 제품인데도 전략물자 판정을 받은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전략물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업체도 있다.

A 제조사 대표는 “기술전문가, 관세사 등과 상의했지만 체온카메라가 왜 전략물자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발열 감지거리가 수 미터에 불과한 제품이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속한 발열 감지 능력 덕분에 국내외 수요가 급증한 체온카메라는 한국 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각종 규제 탓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체온카메라가 경우에 따라 '의료기기'에 해당한다는 식약처 판단이 나오면서 제조사가 경찰 수사를 받는 등 파장이 컸다.

체온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수출 현장에서 한 달 반이라는 인증기간은 너무도 길고 답답한 시간”이라면서 “정부가 최대한 허가 기간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열화상카메라는 재래식 무기를 다루는 '바세나르 체제'가 정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면서 "최대응답을 갖는 열복사 파장범위, 소재 등에서 정확한 수치가 명시되는 등 특정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민감품목으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