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인공지능'(AI) 강국을 선언했지만 정작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국가별 AI 수준을 비교한 '글로벌 AI 인덱스'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우수한 인프라에도 AI 산업 성장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AI 인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생태계 수준은 54개국 가운데 종합순위 8위를 기록했다. 세부 항목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인재,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수준, 개발, 정부전략, 벤처현황 등 총 7개 부문 가운데 인프라와 개발을 제외한 5개 부문에서 중하위권 수준에 그쳤다.

AI 강국 선언을 무색케 한다. 정부는 IT에서 AI 강국 도약을 선언하고 산업 육성에 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경쟁력은 쉽게 올라 가지 않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재와 정부전략 부문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재, 정부전략 부문 인덱스 순위는 각각 28위와 31위였다. 54개국 가운데 중위권 수준이다. 오히려 인프라, 개발 부문은 '톱5'에 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반면 상위권을 차지한 미국, 중국, 캐나다, 독일 등은 고른 순위를 보였다. 산업 경쟁력이 생태계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앞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혹시나 겉치레 위주 정책을 세우는 데 집중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책에 약발이 서지 않으니 정작 기업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AI 기반은 어느 나라보다 튼실하다. 정부가 제대로 방향타를 잡아 준다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있다. 꽉 막힌 규제를 과감히 풀고 AI 기업이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다. 기업은 필요하면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뽑는다. 기업 경쟁력 없이 결코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기업과 시장 중심으로 AI 활성화 전략을 손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