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평택에 신규 반도체 팹 'P3' 건설…9월 착공

삼성전자가 대규모 반도체 공장(팹)을 신규 건설한다. 오는 9월 평택캠퍼스 내에 'P3'를 착공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P1'과 'P2'로 불리는 반도체 팹을 두고 있다. P2는 지난해 완공돼 이제 막 장비가 갖춰지고 있는 신설 공장이다. 팹에 여유가 있음에도 신규 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건 선제 투자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9월 착공을 목표로 평택 P3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작업이 이미 상당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P3는 삼성전자 최신 팹인 P2보다 더 크게 지어진다. P2의 길이는 400m대지만 P3는 이보다 300m 더 긴 700m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700m는 축구장 길이의 약 7배에 이르는 역대급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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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팹은 대체로 건물을 먼저 세운 후 생산할 제품과 규모에 맞게 설비가 갖춰진다. 건물 준공까지는 1년여가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P3는 내년 8월을 전후해 완공이 예상되고, 장비 입고 후 시험 가동을 거쳐 이르면 2021년 말부터 양산이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P3에서 어떤 반도체를 얼마나 생산할지 등 구체적인 설비 투자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황에 탄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팹 크기가 전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D램·낸드플래시·시스템반도체를 동시 생산하는 '종합 반도체 공장' 형태를 띠고, 최신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기업이다. 또 이미지센서·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같은 시스템반도체도 만들고,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중요한 축을 이룬다.

삼성전자는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P3에서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라인이 대규모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P2를 종합 반도체 공장으로 만들고 있다. 삼성은 지난 5월 메모리 라인이 있는 평택 P2에 10조원을 들여 극자외선(EUV) 기반의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P3는 최신 공정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EUV 기반 팹이면 더 넓고 높게 지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UV는 초미세 회로 구현을 위한 노광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 EUV를 적용한 데 이어 차세대 D램에도 EUV를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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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공정을 적용해 만든 D램 모듈<삼성전자 제공>

삼성의 P3 투자가 주목되는 것은 세계 반도체 시장 선도를 위한 공격적 투자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신 팹인 P2 설비도 아직 다 채우지 않았다. P2는 지난해 공사가 끝나 올해부터 장비가 입고되기 시작했다. 현재 12인치 웨이퍼 투입량 기준 2만장 규모(20K)의 D램 설비가 구축되고 있으며, 하반기에 가동될 예정이다. 지난 5월 발표된 P2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라인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가동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P3 추가 건설에 나서는 건 시장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선 준비와 투자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이는 동시에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는 단일 팹 투자에 10조원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대규모 자본과 장치가 필요한 산업이다. 삼성은 남보다 한발 앞선 공격적 투자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 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근 행보도 주목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선제적 대비를 강조했다. 이달 15일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DS부문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반도체 시황과 투자 전략을 논의했다. 또 19일에도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DS부문 사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미래 전략을 점검했다. P3 투자가 안건으로 논의되고 중요 의사결정이 내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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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반도체 미래전략 점검을 위해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삼성전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반도체는 영향이 덜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성장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P3 투자 여부에 대해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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