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시니어들, '주특기' 살려 스타트업 도전장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출신 대표들이 퇴임 후 '스타트업'에 도전해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2000년 초반 닷컴 열풍의 주역인 이들은 ICT 기술력과 현장 경험, 인맥을 십분 발휘해 신시장을 개척하며 단시간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 주목된다.

8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최근 ICT 업계 임원·대표급 출신들이 고부가가치 시니어 기술창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2030대 세대 전유물로 여겨지던 스타트업 시장에 5060세대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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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이영수 디지포머싸스랩 대표,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 박재현 람다256 대표

한국오라클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부문 이영수 대표(55세)는 지난달 회사는 그만두고 이달 초 '디지포머싸스랩'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클라우드 전문가인 그가 글로벌 IT 기업인 오라클을 그만두고 택한 것은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일이다. 수십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열악한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역할을 자처해주는 서비스다.

이영수 대표는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제를 하고 싶어도 내부에서 솔루션을 찾기 힘들 뿐더러 외부 컨설팅을 통하면 너무 비싸 감당할 수가 없다”며 “이들에게 디지털 전략을 수립해주고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ss)로 저렴하게 구현해 주는 게 핵심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미 설립 일주일만에 프로젝트 3개에 착수했다. 올해 'SaaS계 쿠팡'을 목표로 SssS 전용 마켓플레이스도 구축할 예정이다.

온라인 수학 교육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이쿠얼키는 하나INS 조봉한 대표(55세)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쿠얼키는 온라인 수학 교육 깨봉수학을 서비스한다. 기존 공식을 암기하는 방식이 아닌 AI 시대에 필요한 '생각하는 수학'에 초점을 맞춰 온라인으로 혁신적인 수업을 제공해 주목받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공지능(AI) 전문가다.

현재 깨봉수학은 서비스 개시 1년반만에 누적회원 3만5000만명을 돌파했다. '깨봉'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만 7만명이 넘는다. 올해 처음으로 공교육 시장에도 진출했다. 특히 올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교육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크게 성장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500% 성장을 이뤘다.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 업체 람다256의 수장 박재현 대표(52세)는 삼성, SK텔레콤의 IT 임원으로 지냈다. 관련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은 그는 블록체인 관련 전문기술이 없어도 어느 기업이나 손쉽게 관련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루니버스' 플랫폼을 개발했다. 최근 우리기술투자, 종근당홀딩스, 야놀자 등 주요 벤처캐피털(VC)과 전략적 투자자들로부터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람다256을 '블록체인계 아마존'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그는 국내 불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계에서는 마흔만 넘어도 '올드보이' 취급을 당하지만 이들 중장년층의 경험, 기술력, 네트워킹 능력은 성공에 이르는 핵심 조건”이라며 “정부 정책도 청년 창업에만 치우치는 것 보다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신시장을 창출해 내는 시니어기술창업까지 아우르는 균형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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