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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의뢰한 용역 보고서 결과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 복합쇼핑몰 스타필드가 들어선 이후 하남 인근 소상공인 점포 2958곳의 연간 매출액이 113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필드가 문을 연 2016년 이후 점포당 매출이 평균 3826만원 줄었다는 분석이다. 표본조사는 시장조사 전문 업체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스타필드 하남 반경 10㎞ 내 생활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사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여당이 복합쇼핑몰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형 쇼핑몰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다. 무 자르듯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 소상공인진흥공단 보고서에서는 주로 부정 측면을 부각시켰지만 긍정 측면을 주장하는 보고서도 많았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해 카드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필드시티 위례 주변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출점 1년 만에 반경 5㎞ 내 상권 매출이 6.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쇼핑몰이 오히려 집객 효과를 일으켜서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같은 조사였지만 용역을 의뢰한 기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조사업체가 비용을 지원해 주는 쪽의 입장과 의도를 감안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최종 판단을 위한 참고용일 뿐이다. 보고서 내용을 확대 해석해서 입법화를 주장한다면 이 또한 논리 비약이다.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주변 상권도 중요하지만 이를 찾는 이용객, 다른 업태와의 상관관계, 전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여러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 유통업계는 지금 초비상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소비심리가 냉각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중견 규모 기업도 사태가 지속된다면 생존을 고민할 정도로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소비심리를 살리고 유통기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경기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도 아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