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이 무기한 연기될 공산이 커졌다. 카드업계는 2015년부터 애플과 결제 서비스 한국 도입을 추진해 왔다. 최근까지도 일부 카드사가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일본을 직접 다녀오는 등 상용화를 타진했다. 그러나 애플페이 사용에 따른 수수료 문제와 결제단말기 투자 주체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한국 서비스 진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정보통신(IT)·카드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애플페이 한국 도입 협의를 진행하던 카드사가 수수료 문제 등으로 협의를 중단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2020년 카드업계 신사업 전략으로 애플페이 한국 진출을 추진해 오던 카드사들이 사실상 협상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애플페이 도입 협상 중단 배경은 무카드거래(CNP) 수수료 부과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애플은 국내 카드사로부터 CNP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플라스틱카드가 아닌 애플 아이폰 플랫폼으로 결제할 때 발생하는 일종의 인증 수수료다.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을 요구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애플페이 협상을 추진해 온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애플페이와 연동되는 모든 카드사에 상당히 높은 인증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조항을 제시했다”면서 “국내 카드사가 애플 수수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협상은 결렬됐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애플페이 결제에 필요한 하드웨어(HW) 단말기(동글)도 국내 카드사가 직접 보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수수료 문제와 결제단말기 투자 주체 문제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한국 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랫동안 국내 카드사는 물론 금융지주사까지 애플과의 금융서비스 연동을 공들여 왔다. 애플 본사에서도 국내 결제 인프라 현황과 시스템을 점검했고, 실제 가맹점에서 결제 시연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협상을 진행한 카드업계는 애플이 제안한 CNP 수수료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투자 비용까지 국내 카드사가 떠안으면 수익 창출보다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체 카드업계 중심으로 애플페이와의 수수료 문제 등이 다시 조율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됐다. 이미 중국과 일본 등에 애플페이가 진출해 있는 상황이고 한국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만큼 애플페이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페이 결제를 부분적으로 교통카드 기능와 연계해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스마트카드 등과는 일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삼성페이 텃밭인 한국에서 애플페이가 진출해도 영향력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애플이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 대상으로 무리하게 진출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플은 “진출 계획 등 세부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