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배터리용 알루미늄 파우치 국산화, 가격·인증기간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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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첨단소재 리튬이온 배터리용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전자신문DB>

배터리 분야 일본 의존도가 높은 대표 소재로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이 꼽힌다. 조기 국산화를 위해서는 인증 기간 단축과 단가 현실화가 과제라는 지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BTL첨단소재는 최근 일본산 제품과 유사한 성능을 갖춘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복수의 국내 기업과도 공급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파우치 필름은 파우치형 배터리 외장재로 쓰이는 소재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나일론, 알루미늄, PP필름 등 7~10개 층을 접착해 만든다.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전세계 시장 70%를 과점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전량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 파우치 국산화 시도는 이미 10년 전 시작됐다. 희성화학이 2009년부터 이차전지 파우치 개발을 기획해 국내 배터리 제조사 인증까지 받았다. 하지만 국산화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단가 문제를 꼽는다.

업계관계자는 “일본 2개사 제품이 중국에서는 ㎡당 약 3.6~6.5달러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일본 업체가 주요 기업에 전략적으로 30~50% 저렴하게 납품해 대기업 개발 의지를 약화시키고 신규 업체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면서 “한국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당장 원가 절감 효과가 있지만 내재화 타이밍을 놓치며 이번 수출 규제 같은 공급 이슈 발생 시 대안이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파우치 국산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륜과기는 2016년 일본 파우치 제조업체 토판을 1000억원에 인수해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5월부터 현지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 설립된 BTL첨단소재는 지난해 희성화학으로부터 이차전지 파우치 사업과 일체의 양산설비를 인수했다. 올해 3월 시제품을 만들어 중국 메이저 배터리 제조사 평가를 진행중이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엔 국내 제조사와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BTL첨단소재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호기 설비를 제작 중으로 올해 말 가동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3호기 투자도 예정했다.

알루미늄 파우치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성능인 내전해액성과 성형성에서 일본산 제품과 유사한 수준의 기술 경쟁력은 확보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내전해액성은 배터리가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산을 견디는 정도다. 성형성은 파우치를 얼마나 깊이 성형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깊을수록 양·음극을 많이 채워 용량을 늘릴 수 있다. 중국산과 경쟁이 가능할 만큼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조기 국산화의 관건은 평균 6개월 가량 소요되는 인증기간 단축과 공급단가 현실화가 꼽힌다. 정부나 국내 대기업과 컨센서스가 필요한 부분이다.

천상욱 BTL첨단소재 대표는 “파우치 필름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민감한 소재이고 품질 인증까지 테스트 절차와 시간이 필요해 배터리 제조사와 개발 기업간 밀착된 협력이 없으면 단기간에 대체가 어렵다”면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운 일로 이번 위기를 제2의 반도체 산업 창출 기회로 삼고 국내 소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형 배터리 제조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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