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재는 신산업 창출과 혁신기술 개발의 기반이 되는 소재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환경·에너지, 안전분야 등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사회 핵심 영역을 뒷받침할 원천 소재를 말한다. 탄소나노튜브(CNT), 그래핀, 금속나노와이어 등 나노신소재와 탄소섬유,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 같은 첨단소재를 아우른다. 정보통신, 환경·에너지, 바이오 산업이 성장하는데 소재 기술의 기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원천소재는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20년 이상이 소요되고 성공 가능성도 매우 낮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신시장을 창출하고 장기간 시장선점이 가능하다. 차세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산 미래소재 개발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대표적인 미래 소재인 나노신소재는 기존에는 해결이 불가능했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제조업 혁신을 견인할 융합형 핵심기술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를 위한 핵심 부품과 소재에서 초연결, 초저전력, 대용량, 고기능화 등 기술적 한계 돌파를 위해서는 나노기술 적용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나노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2001년 선진국 대비 25%였던 기술경쟁력이 현재 세계 4위 수준으로 올랐다. 축적된 나노기술 성과를 활용해 신산업 분야 난제를 해결하고 격차를 벌리는 전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전지용 백금촉매, 차세대 전고체전지…미래 소재도 日이 장악
우리나라가 차세대 자동차로 육성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연료전지 스택에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발생한 전기에너지로 주행한다. 이 과정에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가 필수인데 현재 상용 연료전지에는 백금촉매가 쓰인다. 백금촉매는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일본 다나카귀금속공업이 새로운 공법으로 개발한 백금촉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이차전지 시장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휘발성 액체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화재와 폭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전지는 고체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없어 '포스트 리튬이온 배터리'로 불린다. 전고체전지 핵심 소재인 고체전해질 역시 일본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전고체전지 상용화 시대가 되면 특허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인 로봇, 자율주행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차세대 배터리 등 신사업 관련 소재·부품 역시 일본이 장악하고 있어 이를 자체 수급 가능한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앞으로 10~20년 후에 또 다시 일본 수출 규제 리스크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 된 이후 자동차, 정밀화학 등 일본이 타깃으로 삼을만한 100대 품목을 따로 추려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품목이 이미 20~30년 전에 상용화된 것으로 현재 이를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 연구개발 시계를 20~30년 전으로 돌리는 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 격돌할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분야 소재·부품 국산화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국산화 기술을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역으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무기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진우 전자부품연구원 IT소재부품연구본부장은 “이미 수십년전 상용화된 소재·부품 국산화에 발목이 잡혀 신산업 분야 대비를 빨리 하지 않으면 향후 제2, 제3의 수출 규제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 있는 구조”라면서 “나노 분야는 우리나라가 선행 투자를 통해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해 일본과 격차가 거의 없는 상황인 만큼 신산업 분야 특정 소재·부품 일본 의존도가 높다면 나노 기술을 적극 활용해 대체 소재·부품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노기술, 왜 중요한가?
나노기술은 특정 물질을 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에서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말한다. 물질을 수십 ㎚ 크기로 쪼개면 독특한 특성이 생기기 때문에 기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 또 소량만 사용해도 최종 응용기기의 성능을 좌우할 만큼 효과를 낼 수 있고 표면적이 작기 때문에 전력소모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인공지능 칩은 부피가 크고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문제가 있었다. 여기에 '시냅스 나노소자' 같은 신개념 나노소자 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수직형 나노소자공정기술 등 신공정을 적용하면 현재 반도체의 100분의 1 수준 전력을 소모하는 인공지능 칩을 만들 수 있다.
효율 한계에 봉착한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에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같은 초고효율 광전변환 나노소재를 적용하고 탠덤구조 광전변환소자 같은 초고효율 광전변환 나노소자를 적용하면 현재보다 효율을 1.5배 이상 개선한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할 수 있다.
나노기술을 적용해 기존 제품 성능을 향상시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대표 사례가 탄소나노튜브(CNT)를 적용한 LG 노트북 그램이다. LG전자가 2014년 출시한 울트라 슬림 노트북 '그램' 시리즈는 지난해 누적 판매 100만대를 기록하며 단일 브랜드 최초 밀리언셀러 노트북이 됐다. 노트북의 여러 세일즈 포인트 중 휴대성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LG전자는 경량화를 시도하면서 배터리 용량을 줄이다보니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NT를 활용해 배터리 성능을 개선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에는 전자의 흐름을 도와주는 물질인 양극 도전재가 들어가는데 양극 도전재로 CNT를 사용하면 기존보다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고 그 여유 공간에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활물질을 더 넣을 수 있다. 34.61Wh이던 초기 그램의 배터리 용량은 2017년 60.06Wh로 1.7배 증가했다.
◇나노기술로 일본 리스크 '탈압박' 가능
현재 일본이 주도하는 소재 분야에서도 나노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리스크를 탈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IT 기기용 터치스크린 패널에 필수 소재인 인화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은 일본 닛토덴코가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ITO 필름은 휘거나 접을 수 없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이 어렵다. 기존 ITO를 대체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적용한 은나노와이어, 그래핀 등을 전극으로 개발하고 있다. 은나노와이어 전극은 율촌화학, 엔앤비 등에서 상용화 사업화 시도 중이다. 그래핀 전극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적용해 구현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나노기술 상용화가 가장 활발한 국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나노소재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국가를 미국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산업기술력 수준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일본의 수준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노융합 분야에서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지속적으로 좁히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나노소재 분야에서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한국의 상대 기술 수준은 81.4%, 기술격차는 1.7년으로 2015년 대비 상대 수준이 소폭 상승했고 격차 기간도 줄어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기술 격차는 14.1%포인트 수준이다.
우리나라 나노 기술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정부의 전략적 선행 투자로 세계 4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연구개발 투자 중단이나 축소 시 중국의 기술수준이 우리를 추월해 미래 먹거리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나노기술 후발주자인 중국과 우리와의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불과 0.6년으로 줄어들었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은 “나노소재는 특성상 용도가 많은 원료소재의 성격을 갖고 있고 기술집약적인 특징으로 일단 개발되면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힘들다”면서 “우리의 기술력을 빨리 사업화해 시장을 선점해야한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