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엔진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신형 '쏘나타 터보'에 적용한다. 기존 1.6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 성능은 4%, 연비는 5% 향상된다. 현대·기아차는 CVVD 기술을 경차부터 중형차까지 먼저 적용하고, 향후 고배기량·대형차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3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CVVD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엔진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쏘나타 터보에 처음으로 얹히고, 향후 신형 K5 터보, 신형 C세그먼트(준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현대차는 2010년 6월 CVVD 기술의 메커니즘을 고안했다. 이후 5년 간 선행개발, 4년 간 양산개발을 거쳐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했다. CVVD기술은 '흡입-압축-팽창-배기' 4단계 과정에서 부분적으로만 가능했던 엔진 밸브 열림 시간 제어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기술이다. 운전 상황에 따라 성능 영역이 중요할 때는 성능을, 연비 영역이 중요할 때는 연비에 유리하도록 밸브 열림시간(듀레이션)을 바꿔준다.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점과 깊이를 주행상황에 따라 조절해 엔진 성능과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동시에 향상시키면서 배출가스까지 줄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가변밸브 제어 기술은 △밸브 여닫힘 시점을 제어하는 '연속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CVVT·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밸브 개폐 깊이를 조절해 실린더 내 공기량을 제어하는 '연속 가변 밸브 리프트(CVVL·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등이 있다. 기존 엔진들은 연비를 우선시하는 '아킨슨 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 사이클', 절충형인 '오토 사이클'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밸브 열림시간이 고정적이었다.
하지만 CVVD 기술은 연비 주행, 가속 주행 등 운전 조건 별로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해 아킨슨, 오토, 밀러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 또 유효 압축비를 4:1~10.5:1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가변 압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CVVD 엔진은 출력이 적게 필요할 때는 흡기밸브를 압축 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둔다. 압축 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키고 압축비도 낮춰 연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가속 주행 시에는 흡기 밸브를 압축 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해 엔진 토크가 향상된다. 또 최적의 밸브 열림시간을 구현해 엔진 성능이 4% 이상, 연비의 경우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된다.
이날 공개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 엔진은 배기량 1598㏄의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f.m의 성능을 구현했다. 스마트스트림 G1.6 T-GDi에는 CVVD 기술 외에도 연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저압 배기가스재순환 시스템(LP EGR)이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신형 쏘나타 터보는 기존 모델 대비 약 10% 수준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향후에는 최고출력 200마력 이상의 CVVD 기술이 적용된 G1.6 T-GDi엔진도 출시된다.
하경표 현대차 가솔린엔진 연구위원은 “아우디, 닛산 등 다른 업체들은 크랭크 샤프트를 가변시키거나, 밸브가 열리는 타이밍을 바꾸는 형태로 압축비를 조절했지만, CVVD는 밸브트레인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압축비를 조절해 연비개선에 더욱 유리하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