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이름, 성분명으로 통일 검토..제네릭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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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복제의약품(제네릭) 이름을 '제조사+성분명'으로 하는 단일화 방안을 검토한다. 동일 성분 복제약이 수백 개에 달해 소비자 혼란과 정부 관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무분별한 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브랜드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네릭 의약품 관리 강화를 위해 국제일반명(INN)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 안을 검토한다. 올해 안에 국내 적용 방안, 관련 규정 개정안 마련 등 추진 계획을 도출한다.

INN은 화학 구조가 복잡한 약물을 간단명료하게 체계화해서 부르기 위해 만든 작명법이다. 성분이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은 각 회사가 내세운 브랜드명이 아니라 성분으로 판매하는 게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950년부터 시행, 유럽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표준으로 삼아 적용했다.

식약처는 INN을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주요 국가 의약품 단일제나 △INN에 기반을 둔 일반명 부여 방법 등 관련 사례를 살피고 적용 방법을 모색한다.

INN이 적용되면 제네릭 의약품 판매명이 모두 바뀐다. 예를 들어 발기부전 치료 성분인 실데나필이 들어간 식약처 허가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 팔팔, 프리야, 실비에 등은 '제조사+실데나필'로 판매한다.

식약처가 INN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1개 성분에 대한 동일 판매명을 쓰면서 환자·의사·약사의 혼란과 조제 오류를 줄이고 알권리를 높이기 위함이다. 제네릭 의약품 관리 강화 목적도 있다. 지난해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에 발암 의심 물질 함유로 판매 중지와 의심 제품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당시 발사르탄 성분의 전문의약품은 575개에 달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조치해야 하지만 수백 개에 이르는 제품 이름이 다른 데다 성분이 다른 유사한 약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식약처 관계자는 2일 “제네릭 의약품 관리 일환으로 INN의 국내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성분명 작명 메커니즘과 해외 적용 사례 등을 우선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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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2017년 신약 승인 건수

제네릭 의약품 이름이 '만국공통'으로 개편되면 국내 제약 산업에 막대한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는 신약보다 개발이 편한 복제약 개발·판매에 의존해 왔다. 복제약 개발 후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브랜드화하면서 연구개발(R&D)을 소홀히 하는 것이 고질적인 문제였다. 병·의원 의사 대상 리베이트 문제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실장은 “국민이 의약품을 처방·조제 받는 과정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조제 사고 예방에 일반명 부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과포화 상태에 있는 국내 제네릭 시장의 체질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우려가 크다. 수년 동안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구축한 브랜드가 없어지면서 영업 활동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브랜드 파워와 영업력이 약한 중소 제약사는 시장 안착 기회가 사라지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성분명으로 의약품 이름을 통일시키면 자사 약을 알리는 기회가 차단된다”면서 “내수는 제네릭 의약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급격한 정책 변화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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