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충전소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신문 취재 결과 정부가 설치한 충전소 가운데 사용이 어려운 '무늬만 충전소'인 사례가 많았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들여 충전소를 설치했지만 일부는 이용이 불가능했고, 찾기조차 어려웠다. 한 예로 서울 양천구 신정동과 종로구 창신동 주민센터 충전소는 충전기와 주차면 사이가 5m 이상 떨어져서 충전 자체가 어려웠다. 제주시 충전기는 일부가 정원 깊숙한 곳에 위치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아파트 충전기는 여성 전용 주차 공간에 설치돼 있어 식별이 쉽지 않았다. 충전기 업계에서는 사용에 문제 있는 충전소가 전체의 10% 이상일 것으로 추산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늘었다. 2018년 10월 현재 민간과 공공을 합쳐 6648곳 1만1486기가 설치됐다. 전기차도 늘어 2015년 6000대에서 지난해 6만대에 육박했다. 전국 주유소 숫자는 1만2000~1만5000곳으로 추산된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전기차와 충전소 보급 대수만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럼에도 충전소를 찾기 어렵다는 원성이 잦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찾기 어려운 장소에 설치하거나 그나마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사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담당 부처인 환경부는 “매년 1만2000개 이상 충전기가 들어서기 때문에 실시간 관리가 쉽지 않다”며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충전소는 보급 못지않게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책임 소재가 모호한 공공 충전기는 더욱 각별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보급 대수에만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 사후 관리에 소홀하다면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충전기당 최대 350만원을 지원한다. 부실시공으로 일관한 채 예산 타기에 급급한 불량 사업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철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전국 충전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부실 사업자를 가려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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