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탈세

요즘 주유소를 들를 때면 기분이 좋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덕분에 2016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ℓ당 1400원대로 휘발유를 주유할 수 있어서다. 얼핏 보기에는 유류세가 반영되기 전보다 적어도 ℓ당 100원 이상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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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자세하게 살펴보니 실상은 달랐다. 최근 2개월째 급락한 국제 유가와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분이 정직하게 반영되지 않았다.

정유사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내리기 시작한 10월 셋째주부터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세전 가격 기준으로 10월 둘째주 휘발유 공급 가격은 ℓ당 716원에서 11월 둘째주 599원으로 117원 인하했다. 세전 가격이기 때문에 유류세는 반영되지 않고 순수하게 석유제품 가격 인하분이 적용된 것이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분 123원을 더 내린다고 하면 240원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을 살펴보면 정유사가 공급 가격을 내리기 시작한 지 3주 뒤인 11월 5일부터 기름값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11월 4일 1690원에서 11월 22일 1536원으로 154원 인하했다. ℓ당 약 90원을 더 내릴 수 있음에도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유류세를 정확히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엄연한 탈세 행위다. 물론 유류세 인하 시점과 국제 유가, 국제 석유제품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제품 가격 인하분을 덜 반영한 것이라면 탈세는 아니다. 비양심성 판매일 뿐이다.

정부는 과거 유류세 인하 때와 다르게 국제 유가, 국제 석유제품 가격 인하가 겹쳐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가 더 커보이는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 석유제품 가격 인하분과 유류세 인하분이 모두 정직하게 반영됐는지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로부터 유류세 인하 혜택을 제대로 봤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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