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료용 AI 기술 혁신과 특허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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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AI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특정 영역에서 이미 인간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근 AI가 그린 작품(그림)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4억93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처럼 AI는 인간 고유 영역까지 넘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AI 활용 논의가 뜨겁다. 환자 치료 데이터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방법을 추천하거나 약물 상호작용 등을 예측해 최적의 용법·용량을 도출하는데 쓰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의료 분야 AI 혁신에 대비해 관련 규정의 개정을 추진하고, 일본 후생노동성도 지난 6월 'AI 의료 발전 계획'을 내놓고 범정부 차원에서 AI 의료기기 활성화 촉진에 나섰다. 우리나라 역시 이런 추세를 놓치지 않았다. 정부는 '바이오경제 혁신 전략 2025'를 수립, 이에 대응한 후속 정책을 내놓았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이 분야 관심과 투자를 촉진시키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AI 의료 시장 규모는 2014년 6억3000만달러에서 2021년 66억6000만달러로 7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기술 혁신 촉진을 목표로 하는 특허제도가 의료용 AI 기술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AI가 그린 그림처럼 인간의 관여 없이 의료용 AI가 독자 판단을 해서 인간 치료 기술을 개발하면 이 발명에 특허가 허용될 것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우리나라 특허법에서 정의하는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 사상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 AI가 아무리 혁신 치료 기술을 개발해 특허 보호 요건인 진보성과 신규성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창작성 측면에서 발명의 주체가 인간이어야만 하기 때문에 특허로 보호될 수 없다.

즉 AI의 인간 의제(擬制) 문제가 있다. 이 밖에도 AI가 창작한 발명의 소유권 귀속 문제, AI에 의한 특허 침해 책임 문제, AI 관련 발명의 윤리 문제 등 다양한 고민거리가 노정돼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SW)나 생명공학 등에서 새로운 발명 대상은 등장했지만 성립성이 부정된 당시를 생각하면 AI 주체로 인한 특허 성립 부인은 현재로서 옳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반드시 영구히 타당한 결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 이러한 전제에 변화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지식재산 보호 공백이 발생하고, 기술 발전과 생명 윤리 간 충돌에 의한 다양한 지식재산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에 따른 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어느 기업 대표가 “한국에서 활약해야 할 AI 핵심 인재들이 한국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해외로 나가고 있다. AI 인재를 모았는데 (채용 규모의) 70%는 실패하고 30%만 확보했다”라며 정부 도움을 공개 요청한 적이 있다. AI 기술 발전은 인간 삶을 새로운 형태로 이끌게 될 것이 자명하고 국가와 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특허법상 발명의 정의 규정에 대한 진지한 검토부터 시작해 보자. 의료용 A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우리나라 관련 기술과 아이디어를 선제 보호할 토대를 마련할 적기다.

권택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장 tmkwon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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