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손정의의 경영 최전선, 싱귤래리티를 정조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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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에 열리는 '소프트뱅크 월드'에서 압권은 손정의 회장 기조 강연이다. 인터넷으로 사전 등록하고 원격으로 손 회장 강연을 듣고 있으면 우주 차원의 당찬 기백에 압도당한다. 2015년 정년퇴직과 함께 디지털 애국심에서 단행본 '제4차 산업혁명'을 출간했고, 이젠 '제5차 산업혁명' 디자인에 몰입하고 있는 터여서 그분의 경영 본질에 좀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올해 기조 강연은 'AI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장악한다'는 부제가 말하듯 인공지능(AI) 혁명 가속에 따른 '초지성 탄생'에 대한 포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요약하면 초지성 출현으로 모든 산업이 재정의되는 인류 역사 최대 혁명인 싱귤래리티 도래다. 이러한 싱귤래리티를 선도하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자사 반도체 설계 기업인 ARM 베이스 칩 1조개를 지구 도처에 뿌리고, 인류가 평균 100개 AI칩을 활용하는 기계학습 플랫폼 'Project Trillium'(코드명)을 구축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미 스마트폰을 비롯해 자동차, 산업부품, 가전, 로봇 등에 고성능 ARM 칩 1000억개가 탑재돼 있다. 이들 칩 규모가 매년 2배로 늘어나고 앞으로 5G·6G와 연동되면 자사 AI칩 플랫폼이 2차 곡선으로 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 결과 생물로서 인간 사고와 기계 지능이 융합하는 싱귤래리티 국면에 성큼 다가갈 것으로 역설한다. 예컨대 장차 1조개 칩 기능이 실체로 작동하는 초연결 지능 플랫폼에서 자기 조직화 역량이 활성화돼 무한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지목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 세계 4대 공유 차량 업체와 함께 공유 차랑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경영 전략이 확연해진다. 하루 평균 3500만회에 이르는 방대한 승차 빅데이터와 이를 순식간에 해석하는 AI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3~4년 후에는 아마존 규모에 이르는 거대 공공교통기관 집단으로 변모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확신에 차 있다.

관련 전문가는 30년 이내에 완전자율 운전 생태계가 정착되면 교통사고, 교통정체, 탄소배출 등 트리플 제로도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으로 본다. 도심에서 신호등 최적 제어로 시속 200㎞ 속도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으면 도시 공간 구조 및 인프라의 존재 방식은 재정의되고, 산업 또한 총체 형태로 재설계된다. 장대한 여정에 소프트뱅크가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10월 4일 토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는 '서비스형 이동수단(MaaS) 사업'을 전담하는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손 회장은 이젠 자동차는 나사와 볼트 구조물이 아니라 반도체 집적체로 재탄생한다고 말한다. 공통 비전과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양사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장악을 다지는 공동전선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질풍노도처럼 밀려오고, 그 너머에는 5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될 싱귤래리티 세계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대규모 '비전펀드'를 통해 세계 최고 유니콘 기업 수십 곳을 일궈 내고, 그들과 함께 싱귤래리티를 선도하겠다는 거대한 비전을 선연히 내보이고 있다.

손정의의 경영 최전선은 제2의 빅뱅이라 할 수 있는 싱귤래리티를 정조준하고 있다. 100년 후 인류가 기억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선지자의 야망은 통렬한 포부와 호연지기로 넘쳐난다. 우리 정부, 기업, 정치 지도자도 인류 난제에 도전하는 장대한 비전과 미래를 휘감아 내는 다이내믹스로 4차 산업혁명 입국의 백년대계를 디자인하길 간절하게 기대한다.

하원규 전 ETRI 초빙연구원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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