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발 CPU 대란, 국내 PC업계 직격탄…신제품 출시 연기도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 급증하고 10나노 공정 지연돼 공급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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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대란으로 PC 제조업계와 유통가에 비상이 걸렸다. CPU가 없어 제품 출시 일정이 수개월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장기 물량을 확보한 글로벌 업체에 밀려 CPU 우선 공급권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PC 제조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과 10나노 공정 지연이 겹쳐 CPU 대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PC 제조사가 인텔 CPU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텔 공인 대리점에 CPU 부품 수급을 요청해도 물량을 바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7월부터 인텔 CPU 공급이 부족했고, 이달 들어 공급 부족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PC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텔에 CPU 공급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보통 구매발주서를 요청하면 인텔이 특정 시점에 부품을 준다고 얘기하는데 이번에는 보류됐고, 부품도 할당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국내 PC 제조업체 관계자도 “이달 인텔에 CPU 공급을 요청했지만 인텔에서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텔 CPU 공급 부족 현상은 서버 수요 급증과 10나노 미세 공정 전환 지연으로 야기됐다. 인텔은 1월 수요 예측보다 서버용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을 공급 부족 원인으로 꼽았다.

인텔은 서버용 CPU 세계 1위 공급사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기술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서버용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낮은 PC용에 할당할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인텔은 현재 서버용 CPU와 PC용 고급 제품군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10나노 공정 전환을 연기한 것도 공급 대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인텔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0나노 공정 기반 '캐논레이크 CPU' 출시를 늦췄다. 인텔은 10나노 공정에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비약시키는 신기술 '하이퍼스케일'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10나노 공정을 적용한 인텔 CPU가 내년에나 시장에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텔 CPU 물량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대체로 PC 출하량이 적은 국내 PC 제조업체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세계 PC 시장은 HP, 레노버, 델, 애플, 에이서 등 상위 5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메이저가 아닌 국내 제조사는 물량을 우선 공급 받지 못해 피해가 더 심하다.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PC 시장에서 상위 5개 제조사 출하량 점유율은 78%에 이른다. 올해 전체 세계 PC 출하량 전망치 가운데 국내 시장 비중은 1.7%에 불과하다.

국내 PC 제조업계는 성수기인 내년 1분기 수요 대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텔은 안 돼도 올해 말까지 수요를 맞출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PC 제조사는 이달까지 재고를 활용해 당장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이 4분기까지 이어지면 대응이 어려워진다. 국내 중소 PC 제조업체는 통상 분기당 물량을 예측해서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중소 PC 제조업체 가운데 당장 다음 달부터 재고가 동나는 곳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업체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물량을 확보하고 AMD 칩셋 공급을 늘리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PC 제조업체 관계자는 “성수기 물량 확보를 위해 보통 2~3개월 전에 물량을 요청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당장 내년 초 성수기 제품 공급이 어려워진다”면서 “특히 1~2세대 전 인텔 CPU를 주로 활용하는 국내 중소 PC 업체 물량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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