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NXP반도체 인수가 무산됐다. 중국이 합병 승인을 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퀄컴은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되면서 신성장 동력 확보 기회를 잃었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미·중 무역전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끝내 퀄컴의 NXP 인수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퀄컴은 미국 시간으로 25일 밤 12시까지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이 작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스티븐 몰런코프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추진을 종료하고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퀄컴은 지난 2016년 10월 네덜란드 NXP반도체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퀄컴은 인수가로 380억달러를 제시했지만 브로드컴의 적대성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올해 초 인수가를 약 16% 상향 조정, 440억달러(부채 제외)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종료 시일도 7월 25일로 연장했다. 그러나 이 시일을 넘겼기 때문에 합병은 무산됐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양 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끝내 승인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퀄컴이 피해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퀄컴의 인수를 미·중 무역 갈등과 분리해서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도쿄일렉트론, 램리서치와 KLA-텐코의 합병 무산은 세계 각국의 '반독점' 우려가 반영돼 승인되지 않은 것인 데 반해 퀄컴과 NXP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 무산으로 퀄컴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스마트폰 통신칩으로 성장해 온 퀄컴은 최근 관련 산업이 침체되면서 부진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이번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한 위약금으로 NXP에 20억달러(2조3000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것도 단기 악재다.
퀄컴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이번 합병 결렬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