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남북정상회담이 '9월 내 평양'으로 확정되면서 어떤 분위기로,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 관심이다. 앞서 1, 2차 정상회담은 남북 정상 만남 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판문점에서 열린 형식도 파격적이었다.
3차 정상회담은 지난 두 차례 회담과는 다르다. 서로에 대한 신뢰 확인을 뛰어넘는 구체 성과가 나와야 한다. 4·27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판문점 선언이 도출됐고 '번개회담'로 이뤄졌던 2차 정상회담에선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3차 회담은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 경제협력 확대 등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3차 회담 주요 의제는
3차 회담은 판문점 선언 이행 차원에서 추진되는 부분도 있지만 북측이 예상보다 일정을 서둘러 제의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 상황이라는 점에서 북측이 문재인 대통령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풀이도 있다.
2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5월은 한창 논의되던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위기에 처한 때였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진의를 전달하면서 김 위원장을 설득했다.
3차 회담이 서둘러 추진된 것도 그만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문 대통령은 3차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천의지를 다시 확인해 트럼트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비핵화 실행이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 번영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한다.
북한은 경제협력 관련 논의도 다루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북측은 이날 남북고위급 회담에 경협 관련 인사를 대거 포진시켰다.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단에 포함됐다. 철도, 도로 현대화 관련 등 북한의 현안을 우리 정부와 협력해 풀어가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고위급회담에서도 경협 관련 논의가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공개는 피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측의 철도 착공식 개최 등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북측이 제기한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개성공단에 설치하기로 한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고만 전했다. 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 대북제재 예외로 인정받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과의 경제협력 문제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맞물려있다. 의제 확대 및 구체화에 한계가 있다. 최근 불거진 66억원 규모 북한산 석탄 반입 문제로 우리 정부로선 북한과의 경협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산 석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상 금수품목이다.
미국은 최근까지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대북제재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고삐를 죄고 있다. 석탄 반입으로 향후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추진할 경우 북미 간 교착 상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
◇'평양선언' 나올까
3차 회담에서 제2의 판문점 선언이라 할 수 있는 '평양선언'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새로운 내용이 담기긴 쉽지 않다. 판문점 선언 내용을 구체화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날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4·27 정상회담 후 장성급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과 산림협력 등이 연달아 개최된 것을 거론했다. 리 위원장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6·15 시대에도 이렇게 각 분야별 분과회담이 진행되고 공동보도문이 산출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북남관계가 현실적 의미에서 이게 바로 대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금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서로 만나서 이야기 주고받고 대화가 진행된다는 건 소통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며 “마음이 오고간다는 것은 곧 하나의 행동을 낳게 하는 그런 전제가 조성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3차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하나의 행동'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이 만들어 내는데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남북이 3차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난제는 많다. 북측은 남북간 교류 문제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리 위원장은 이날 종결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도로·산림협력 등 교류문제가 산재해 있다고 언급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서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남북 대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