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0%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 연내 도입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공동 출자해서 독립 법인 신설을 검토한다. 과거 서울시가 교통카드 도입 때 ㈜스마트카드를 계열사로 편입, 정산을 맡기는 구조와 흡사하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제로페이 정산과 운영을 별도 법인을 두고 관리·운영하겠다는 그림이다.
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서울시가 제로페이 운영을 위해 이달 말까지 총괄 법인 설립을 검토한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 부처가 지분을 출자하고, 의사 결정권을 절반 이상 서울시와 중기부가 갖는다. 외부 민간 기업 지분을 보유해서 운영하는 방안과 아예 신규 법인을 출범하는 두 가지 안을 검토한다.
정부 관계자는 “(제로페이) 연내 시행을 위해 결제 운영과 정산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세부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다만 독립 법인 출범과 함께 플랫폼 사업자와 가맹점 간 직접 정산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공약으로 서울페이를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유사한 소상공인 페이 도입에 뛰어들었고, 이를 하나로 묶은 것이 '제로페이'다.
문제는 제로페이를 운영하기 위해 이체수수료 무료에 동참한 은행 계좌 연동과 결제에 따른 통합 정산 플랫폼, 결제 공동망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도 독립 정산 플랫폼을 정부부처가 만들고, 가맹점 계약까지 중기부·서울시가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없다.
특정 기업 밀어 주기 논란도 부담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특정 간편결제 사업자를 정부가 제로페이 주사업자로 선정하면서 기존 카드사와 밴사 반발이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은행은 이체 수수료 0원을 약속했지만 신규·계좌 이동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속내가 있다.
간편결제 사업자도 제로페이 추진과 관련해 이번 일을 기화로 오프라인 인프라 투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는 온라인 간편결제 사업자다. 최근에야 오프라인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묘하게도 제로페이 추진과 오프라인 진출 계획이 겹쳤다. 일각에서는 이들 간편결제 사업자의 사업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언뜻 보면 공공사업에 민간 기업이 동참하는 형태지만 참여 사업자 간 이익 여부를 놓고 여러 계산이 깔려 있다”면서 “자칫 정부가 특정 기업 밀어 주기로 비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페이 설명회에 초청하지 않은 다양한 사업자와도 협의하고 있다”면서 “9월 이전에 중기부와 최종 협의, (독립 법인 출범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QR페이 도입에 따른 직불결제망 활용을 위해 금융결제원 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중기부가 금결원과 은행 공동망 여부를 놓고 협상에 착수했다. 문제는 공동망 이용에 따른 수수료 여부다. 수수료는 공동망 이용에 따라 발생, 이를 금결원이 무료로 개방해야 한다.
한편 이와 관련 중기부는 서울시와 공동 출자 계획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에 대한 논의가 일부 진행되는 건 사실이지만, 중기부가 별도 출자를 할 계획은 없다”며 “관련 예산 지원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