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 다시 스마트폰 혁신 보여줄까

지난 5월 삼성전자는 가을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9(가칭)' 스펙을 갑자기 조정했다. 출시를 3~4개월 앞둔, 거의 모든 부품이 결정돼 양산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이뤄진 이례적인 일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삼성 최고경영진 의중이 반영된 조치였다. 노트9 개발 상황 보고를 받고 혁신 부족을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업계에선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망을 우려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주춤해진 가운데 기술은 상향평준화돼 삼성 스마트폰 차별화와 판매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재작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고 이후 공격적이면서 과감한 개발 시도가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많은 변화를 줬다고 강조하지만 소비자 체감은 달랐다. 올해 나온 갤럭시S9는 전작과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았고, 실제 판매도 저조한 상황이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S9 부품 발주는 갈수록 줄고 반대로 중저가 스마트폰용 주문이 늘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 판매 부진을 중저가 모델로 상쇄하려는 것으로 부품 업계는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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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 S9 시리즈.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을 세 가지 모델로 늘리고, 여기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과 트리플 카메라 등 신기술을 적극 탑재하려는 건 변화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위기의식 반로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지문인식과 트리플 카메라는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중국 스마트폰 회사가 상용화한 바 있다. 삼성이 최초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막 채택이 시작된 단계에 있다. 중국에서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의 경우 대량 생산 모델이 아닌 특정한 고급 모델에 한정 적용되는 수준이다. 이는 역으로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면 차별화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트리플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내년까지는 트리플 카메라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삼성이 S10에는 꼭 넣으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신규 부품을 탑재하면 할수록 비싸진다. 비싼 가격으로는 소비자 지갑을 열기 어렵다. 삼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플래그십 모델 세분화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신기술 탑재로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최상위 모델을 만들 돼 다른 모델에선 가격대를 낮춰 선택의 폭을 넓게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상위 모델을 통해서는 시장 선도적 이미지 구축을 노리고, 다른 모델을 통해서는 판매량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올해 신형 아이폰을 LCD 1종, OLED 2종으로 출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삼성이 위상을 되찾으려는 맥락에서 내년 초 출시가 점쳐진다.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외관과 사용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직사각형의 전면에 들어찬 디스플레이는 제조사에 상관없이 거의 동일한 형태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의 정형화한 모습을 처음으로 뒤집는 것이다. 선도적 이미지를 다시 쌓고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더 이상 미루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첫 폴더블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가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7.3인치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유력하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화면을 펼치면 태블릿이 되는 형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제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맡는다. 최근 화웨이가 11월 삼성보다 먼저 폴더블폰을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져 양사간 눈에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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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콘셉트 (사진=삼성전자 유튜브 화면 캡쳐)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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