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총 매출 중 연구와 진료 수익 비중을 6대 4로 양분할 것입니다. 진료에 치우친 병원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환자 치유를 위한 연구를 강화하는 아카데믹 메디슨(학문적 의학)을 실현하겠습니다.”
이기형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과대학 설립 90주년을 맞아 미래 100년을 이끌 새 병원 모델을 제시했다. 병원의 역할은 물론 진료 환경, 수익 구조 등 전 영역에서 혁신적 변화를 예고했다.
이 부총장은 “국내 병원 대부분이 진료 영역에 매출이나 역할이 집중돼 있다”면서 “현 의료 환경을 감안할 때 진료만으로 수익 창출이 어려워 연구 영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병원 매출 중 90% 이상이 진료 수익에 집중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되면서 병원 진료수익은 정체 혹은 감소할 전망이다. 새 먹거리가 필요하다.
이 부총장은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병원이나 존스홉킨스병원 등 연구수익은 12~25%에 달한다”면서 “고대의료원도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해 현재까지 총 9개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연구와 진료 수익 비중을 6대 4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장은 2016년 1월 제27대 고대안암병원장에 취임한 후 작년 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임명됐다. 안암병원장 재직부터 첨단융복합의학센터 건립, 연구중심병원 고도화, 대형 국채과제 수주 등 고대의료원 혁신에 앞장섰다.
국내 대형병원 '빅5'에 가렸던 고대의료원은 약 3년 동안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작년 말 숙원사업이던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를 착공했다. 약 4만평 150병상 규모로 지어지는 센터는 사물인터넷(IoT)등 첨단 ICT와 정밀의료 기술이 집약된다.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정밀의료 암 치료 기술,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을 모두 수주하며 연구역량을 증명했다.
그는 “첨단융복합의학센터는 진료와 연구가 공존하는 첨단 의학공간으로 세계 최고 수준 의료기관으로 도약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고려대 내부에서 이과대학, 공과대학, 생명공학대학, 간호대학 등 단과대학 연구역량을 집결하고 서울바이오허브 등 주변 연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융합·중개 연구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의료원은 연구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국내 병원으로는 유일하게 구로, 안암병원 두 곳 모두 연구중심병원에 지정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과대 교육과정을 개편했다. 핵심미션인 '스마트병원' 구현을 위한 인재 양성을 위해 공학, 경영학 등 타 학문과 융합한 과정을 신설했다. 미래의료에 맞는 인재상도 재정립한다.
내부 연구역량 확보와 함께 융·복합 연구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고려대가 역점을 두는 'KU-매직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의과대학, 생명과학대학, 안암·구로·안산병원은 물론 인근 KIST, 서울바이오허브 등 연구기관을 아우르는 R&D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이 부총장은 “고대의료원 주변에는 대학, 연구기관 등이 인접해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구축 최적지”라면서 “공동 이익을 목표로 연구환경을 조성해 사업화 중심 클러스터로 발돋움시키겠다”고 말했다.
고대의료원은 올해 사상 첫 의료수익 1조원 돌파를 기대한다. 지난 10년간 예산 규모도 52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두 배 성장했다. 연구중심병원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해 연구과제 2124억원 수주, 기술이전 금액 45억원, 특허출원 535건 등 성과도 거뒀다.
미래 의학을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미래 유망 기술을 선정하는 전담 기구를 설립해 이 부총장 주재로 회의를 개최한다.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 등 연구성과를 사업화로 견인할 자회사 설립도 검토한다.
이 부총장은 “미래 100년 먹거리 발굴을 위해 미래의료기술선정위원회를 출범해 우리 삶을 변화시킬 기술 발굴을 시도 중”이라면서 “P-HIS 등 연구 결과물을 많은 병원이 공유하고 새로운 수익모델이 되게끔 지원하는 자회사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의과대학은 민족과 박애정신으로 90년을 이어왔다”면서 “우리나라 의료산업과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아카데믹 메디슨 기반 새 병원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