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북미정상회담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국 협의가 다중채널로 확대됐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양측 실무접촉이 이뤄진 가운데 29일 김영철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의 워싱턴행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도 곧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비핵화 담판을 위한 북미정상회담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29일 오전 10시(현지시간)께 고려항공 JS151편을 타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포함됐다.
김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경유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여정이 확인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날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공항에는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 모습도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행은 양측 실무 논의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신호다. 김 부위원장은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양측 실무팀 합의 초안을 가지고 미국에서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회담 현안을 최종 논의하고,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두 차례 방북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 회동은 양국 정상이 사인을 하기 전 마지막 조율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행에 앞서 중국 측과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북측은 이날 베이징 도착 직후 바로 워싱턴행을 예약했지만 하루 늦췄다. 북미 간 접촉 일정이 변동됐을 수도 있지만 북중관계를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 언론은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기본 틀(framework)'에서의 합의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미 CNN은 미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무엇을 포기하고 미국이 반대로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세부적 사항을 다루지 않고 추후 협상을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하는 문건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세부 사항은 향후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친 실무협상을 통해 타결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실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준비 기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일 정상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은 고노 다로 외무상을 싱가포르에 파견키로 했다.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배제' 위기감에서 비롯된 대응이다. 미일정상회담은 다음달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내달 1일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 준비도 시작됐다. 남북은 이날 대표단 명단을 주고받았다. 우리측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수석대표로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참석한다. 북측 대표단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구성됐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