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만나자” 제안 12시간 만에 마주한 정상...향후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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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연결고리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조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에 다시 힘을 실었다. 북한도 꺼질뻔 했던 북미 대화 불씨를 다시 살렸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남북은 정상간 핫라인 외에도 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간의 경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5일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구상이라며 격의없는 소통 방안을 제시했고, 장관들과 협의 후 대통령께서 승낙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면서 “잘 아시는데로 4·27 선언 후속이행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며 “그런 사정을 불식시키고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 4·27 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에 김 위원장이 (회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북측의 제안, 정부 협의, 실무 준비에 이은 정상회담까지 걸린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차 정상회담 때 언급한 '격의없는 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김 위원장도 “북남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게 많은 사람들한테 큰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며 “많은 사람들 기대에 부응하고 책임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회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정치권도 정상회담 개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외 보수성향의 바른미래당도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으로 꺼져가던 평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남북미 정상의 의지는 물론,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도 명확히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확고한 한미동맹과 단기간 내 완전한 핵폐기 원칙도 고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통일각 회담은 북미정상회담의 튼튼한 징검다리가 됐다”며 남북 정상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한반도 평화 체제 문제는 남북미 3자가 확고한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홍걸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그동안 잘 풀리던 남북간, 북미간 대화 분위기가 최근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태 등의 암초를 만났다”며 “우리 측 관계자도 일이 순조롭게 풀리니 조금은 방심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남북 간 정상의 만남은 북미 대화 재추진 동력을 얻은 회담”이라며 “우리측도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심기일전하고 전화위복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의 공동주체, 경제협력의 공동수혜자가 되는 길에 들어섰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을 언급하며 “운전할 때 항상 탄탄대로만 달릴 수는 없다”면서 “운전자론이 현실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북한과 미국,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작게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크게는 동북아 중심축으로의 발돋움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단기가 아닌 중장기 차원의 정부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 당장 북미 대화에 급급하면 향후 우리 역할과 입지가 좁아진다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핵화가 이뤄져도 이후에 또다른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이 주도권을 쥐려면 북측이 남측을 메인파트너로 인식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진정성 있다' '믿을만 하다'라는 신뢰를 얻어낸데 그치지 말고, 북측이 아쉬워하는 외교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보이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